오피니언

[동십자각] 미래의 '신지애'를 위해

열아홉 살 신지애는 골프 선수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정회원이 된 그녀는 신인왕ㆍ대상ㆍ상금왕 등 국내 무대를 휩쓸더니 올해는 해외로 범위를 넓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연초 호주 마스터스 준우승에서 조짐을 보였고 지난 2일 끝난 LPGA 메이저 경기인 US여자오픈에선 막판 우승경쟁을 펼치며 6위에 올라 강한 인상을 남겼다. 6월 초 힐스테이트 서경오픈을 포함해 국내 대회 3개 연속 우승을 기록한 뒤라 그 행보가 더욱 기특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늘 생글거리는 표정의 신지애는 그렇게 골프를 잘쳐서 신기록을 이어가는 선수다. 기록 행진 덕에 그녀는 이제 프로 입문 2년차의 신예지만 벌써 주니어 골퍼들의 역할 모델(Role model)이 됐다. 박세리가 모진 훈련과 힘겨운 미국 적응기를 견뎌 세계무대로 훌쩍 뛰어 오른 ‘신화’속의 대선배라면 신지애는 지금 주니어 골퍼들과 비슷한 공간에서 유사한 훈련을 하며 된장찌개를 먹는 ‘손에 잡히는’ 우상이다. 한국에서 골프를 배워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간혹 세계 무대에 초청 출전해 우승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시나리오. 이것이 바로 그녀를 통해 가능성을 확신하는 많은 주니어 골퍼들의 꿈이다. 물론 신지애 본인의 희망이기도 하다. 여자골프만큼은 ‘한국 1위가 세계 1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꿈 뒤로 버려지는 것들이 있어 안타깝다. 여전히 학교 생활이 팽개쳐지고 기초 체력훈련이 제쳐진다. 청소년기에 필수적인 정서 함양은 아예 외계언어로 취급되고 있다. 출석하지 않아도 제재조치가 없고 시험보지 않아도 점수를 주는 학교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강제로 공부시키면 아예 퇴학 시키겠다’는 부모들의 배짱이 더 큰 요인이다. ‘일찌감치 갈 길 찾아 가는 것이 백번 낫다’고 주장하지만 ‘아빠, 엄마 말이 맞나 보다’하며 무조건 따라가는 자녀들의 되찾을 길 없는 청소년기는 두 번, 세 번 생각해도 아깝다. 일찌감치 미국에 건너가 성공한 박세리, 한국에서 활동하며 세계 무대로 자연스럽게 옮겨 갈 신지애, 그 다음 주니어 골퍼들의 역할 모델은 ‘한국에서 제대로 공부하며 기량도 쌓은 선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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