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25ㆍ휠라코리아)이 진땀 나는 연장 접전 끝에 웬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21일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이번 우승은 한희원의 시즌 2승이자 미국 LPGA투어 2승째이며 첫 연장 승. 미국 LPGA투어 3년차로 지난달 21일 66번째 출전 대회인 빅애플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했던 한희원은 3주만에 다시 정상에 복귀, 올 시즌 한국선수가 합작한 5승 중 2승을 따내며 한국 돌풍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첫 승을 일궜던 빅애플 클래식처럼 이번 대회도 지난해 준 우승했던 경기. 지난해는 김미현에게 1타차로 뒤져 2위를 했다. 한희원이 오는 10월2일 개막하는 롱스드럭스 챌린지에서도 우승하면 지난해 준우승한 3개 대회를 모두 휩쓰는 진기록을 내게 된다.
한국 골퍼 전체로 보면 이번 한희원의 우승은 `코리언 파워`를 새삼 과시한 의미가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회전 커미셔너가 한국 선수들만 따로 불러 모임을 가질 만큼 한국선수 부모들의 `매너 및 룰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선수를 연장전 끝에 눌러 우승의 의미를 더욱 빛낸 것이다.
11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타탄필즈골프장(파72ㆍ6,517야드)에서 끝난 미국 LPGA투어 웬디스챔피언십(총상금 110만달러) 마지막 3라운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친 한희원은 코스레코드 타이(63타)를 세우며 추격해온 웬디 워드(31ㆍ미국)와 17언더파 199타로 동타를 이뤄 연장까지 끌려갔으나 연장 3번째 홀에서 버디 퍼팅을 떨궈 우승했다. 한희원은 16번 홀까지 2타차 선두를 지켜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워드가 버디를 성공시킨 17번홀(파3)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하면서 순식간에 동타를 허용,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홀(파4)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한희원이, 두 번째 10번홀(파4) 연장에서는 워드가 차례로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워드가 첫번째 홀에서는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고, 두 번째 홀에서는 그린 밖에서 10㎙가 넘는 버디 퍼팅을 홀에 넣으면서 연장전이 이어졌다. 한희원은 17번홀(파3)에서 펼쳐진 연장 세 번째 홀에서 7.6㎙의 버디를 성공시킨 뒤 워드의 6.1㎙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춰 버리는 것을 지켜보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 상금 16만5,000달러를 받은 한희원은 시즌 상금 81만8,230달러로 랭킹 5위에 올라섰고 박세리(26ㆍCJ), 김미현(26ㆍKTF)에 이어 세 번째로 한 시즌에 2승 이상을 거둔 한국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한희원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던 김미현은 합계 7언더파 209타로 공동13위에 머물렀다.
우승 인터뷰 "데뷔 첫승이 자신감 불어너"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우승을 차지한 한희원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흘 동안 장기인 아이언 샷과 퍼팅이 잘 됐다”고 우승 원동력을 분석한 한희원은 연장 세 번째 홀의 긴 우승 퍼팅에 대해 “브레이크가 거의 없는 직선 라인이었고 꼭 넣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빅애플클래식 우승으로 한결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그는 한국선수 아버지들에 관한 논란에 대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질투심인 것 같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즌 2번째 우승을 챙긴 한희원은 이번 주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에 출전하고 1주일을 쉰 뒤 다음달 2일 귀국, 5일부터 부산 아시아드C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우승원동력 "적중률 높아진 아이언샷 덕"
최근 한희원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컴퓨터 아이언 샷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희원의 올 시즌 아이언 샷 그린적중률은 72.5%(5위)로 지난해 66.1%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3라운드 54개 홀 가운데 그린을 벗어난 것은 겨우 9차례에 불과, 그린 적중률 83.3%를 기록했다. 단순히 볼을 그린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홀 2~3㎙에 붙여 버디 기회를 노리는 것도 달라진 점. 이 대회를 포함, 올들어 65라운드 동안 246개의 버디를 잡아내 이 부분에서 박지은(256개)에 이어 2위에 랭크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퍼팅도 정교해졌고 데뷔 첫 승에서 자신감을 바탕으로 승부 처에서 흔들리던 약점이 사라진 것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