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대건설 채권단, 佛은행 담보없이 거액 대출 불가능…"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나티시은행 계좌의 예금에 대한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 현대그룹의 결심에 달렸다. 현대그룹의 신사옥 전경.

“대출계약서 이외에는 채권단을 설득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대건설 채권단의 한 관계자가 전한 채권단의 분위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풀려져 이제는 국민적 의혹으로 커져 버린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이 맺은 대출계약서 제출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우선은 진실 확인 차원이다. 대출계약서에는 대출을 받은 현대그룹과 대출을 해 준 나티시스 은행간 체결한 이자, 상환기간 등에 대한 일체의 내용이 적혀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현대그룹이 “담보없는 대출금”이라고 주장해온 나티시스 은행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진실이 함께 담겨있다. 채권단으로선 시중에서 제기한 모든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출계약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채권단 스스로가 모두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이들은 현대그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큰 은행이라도 외국기업에게 아무런 담보없이 1조2,000억원의 거액을 대출해주는 것은 금융업계 관례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지난 3일 제출한 대출확인서는 그 동안 현대그룹이 주장해 오던 것을 나티시스측이 확인해준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 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핵심 사실들이 적시된 대출계약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결국 법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 이번 인수전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미 채권단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마당에 추후에 법적인 문제까지 불거진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MOU을 해지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그 같은 결정을 내리면 채권단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임을 밝혔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은 이번에 현대건설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법률적으로 불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만은 피하려 할 것”이라며 “추후에 채권단의 결정을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바로 대출계약서”라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현대그룹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그룹이 당초 컨소시엄을 맺었던 독일 M+W그룹의 모기업 스툼프그룹과 1조원의 자금을 투자받는 대신 현대건설 인수 성공 시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72.5%를 매각하기로 했던 것이 알려진 것. 입찰 직전 양측의 컨소시엄이 깨지긴 했지만 결국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자산을 자금조달의 담보로 사용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대출계약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나티시스 은행과도 공개하기 껄끄러운 조건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결국 현대건설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것은 그만큼 자금력이 부족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그런 의구심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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