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권 책임 막중하다/최광(불황탈출 길은있다)

우선 오늘의 경제상황을 경제위기 또는 경제불황이라 규정하는 것 자체에 잘못이 있음이 지적되어야 하겠다. 세계 어느 나라도 6.7% 성장하는 경제를 두고 경제불황, 경제위기라고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각종 지표로서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우나 문제는 각종지표가 위기쪽으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있다.○사회 구석구석 와해 고통을 겪는 만큼 개인이 성숙해지고 쇠가 담금질을 받아야 좋은 연장이 되듯이 우리 경제도 시련과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체질이 강화될 수 있다. 오일쇼크, 엔고 등 외생변수가 우리 경제를 괴롭혔던 경우에는 외생변수가 걷히면 경제가 호전되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최근에 겪는 어려움의 경우 외생적 요인이 없는데도, 더더욱 다른 나라들의 경제형편이 호전되고 있는데도 우리 경제만 특별히 형편이 어려운 징조가 많은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 경제를 두고 심상찮은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하여 우리의 시각을 경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임을 우리 모두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이 와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만이 꿋꿋이 걸어가리라고 기대한 것은 모순이 아닌가. ○무책임한 정책 남발 우리는 오랫동안 정부주도적 경제운용에 길들여져 왔다.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무슨 문제이든 그 해결을 정부에 의존하려는 습성에 젖어 있다. 정부가 선택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에 계속 무언가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며 오히려 문제를 개악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이제 경제문제를 두고 가시적 성과를 국민 앞에 자랑스럽게 보여주려 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기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엄격히 집행하여 민간부문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함으로써 스스로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우리의 경제정책을 두고 질책을 가하고 있다. 부처간정책조율상의 미숙, 관료의 안이한 자세, 현실감각의 부족 등등 경제정책 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지만 경제정책을 놓고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미래에 대한 비전의 제시 없이 정파간 또는 한 정파내의 주요지도자간 이해 다툼이나 또는 자기 몫 챙기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경제수준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정책도 표를 의식하여 경제가 치러야 하는 비용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무책임한 정책을 서로 앞다투어 선언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야당으로서는 정말로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을 걱정하여 정부와 여당에 호된 책임추궁을 하기도 하겠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여 불황문제를 쟁점으로, 특히 현정부의 무능의 표본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집권 여당과 정부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국민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무시한 채 무리한 정책을 강구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대응이 이루어질 때 경제라는 우리의 중환자는 회복 되기는 커녕 몸이 더욱 거덜나는 상황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당리당략 지양해야 정치권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시대적 지도자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창출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정치지도자와 정치권은 힘을 가지고 있다. 정치지도자의 지도력과 정치력을 당리당략보다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집해 주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경제가 한번 무너지면 도와줄 나라가 없으며 우리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비틀거릴때 정치도 설자리가 없어진다.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책임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한국조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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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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