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돈줄 마른 투신…"주식 사고 싶어도 못사"

펀드 주식편입 비중 올 최저 수준 불구 '실탄'없어<br>불확실성 여전…작년같은 '연말랠리' 기대 힘들듯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100포인트 가까이 움직이는 극심한 변동성 장 속에서 개인 매수세와 외국인 매도세가 대립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11월 들어서도 2조1,037억원의 매도 공세를 펼치며 올 한해 내내 일관된 ‘팔자’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개인은 폭락장을 이용해 값이 떨어진 주식을 주워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 증시의 장세는 기관, 그 중에서도 투신권의 흐름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투신권이 당분간 주식 매수에 나서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 지수대가 바닥권에 가까워 졌다는 데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이지만 사고 싶어도 자금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투신이 펼친 4조원 규모의 순매수 같은 수급은 올해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고 싶어도 돈이 없다”= 지난 21일 국내 증시의 급반등을 이끈 재료 중 하나는 1,000억원 가량의 증시안정펀드 자금집행이었다. 예전 같으면 투신이 손쉽게 하루 만에 조달한 만한 자금규모지만 최근 들어선 수백억원대 ‘사자’를 보이는 날도 점점 귀해졌다. 그만큼 증시로 향하는 돈줄이 마른 셈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그만큼 작은 재료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증시안정기금 수준의 호재로 장이 올랐다는 건 반대로 작은 악재에도 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이벤트가 단발성에 그칠 수 밖에 없다면 결국 기댈 곳은 투신권밖에 없다. 하반기 지수방어 역할을 수행했던 연기금이 연말까지 매수를 자제하기로 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개인의 거래금액이 최근 기관의 3배가 넘을 정도로 커지면서 또 다른 수급의 축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일관성 있게 지수를 끌어올려줄 수급은 기관, 그 중에서도 투신에게 바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투신권은 연말에 더욱 몸을 웅크릴 태세다. 무엇보다도 집행하고 싶어도 집행할 자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종석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 손실이 갈수록 커지면서 투신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이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돈이 들어와야 주식을 사는데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마당에 투신으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펀더멘탈 불확실성 해소가 우선’= 지난해의 경우 투신이 연말 ‘반짝랠리’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1~12월 투신은 3조6.095억원의 자금을 증시에 투입했고 그 결과 2,000포인트를 정점으로 1,700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12월에 재차 1,900대 초반까지 올라섰다. 투신을 둘러싼 여건은 지난 9~10월보다 나쁘지 않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비중은 86.94%로 연중 최저 수준까지 낮아져 그만큼 주식을 살 여력이 높아졌다. 지난 10월에만 7,000억원 넘게 자금이 유출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1월엔 2,4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 수준이었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해를 넘겨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번졌고 코스피 지수는 이미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실물 지표가 최악인 상황에서 투신권의 매매 패턴 변화를 기대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기에 지난 20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비중이 86.94%로 지난 10월 말 대비 1.5%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주식을 살 여건은 그만큼 약해진 셈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신용경색이 꼭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펀더멘털 불확실성이 아직도 남아있고 지수 하방에 대한 두려움도 낮아져 더 떨어질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며 “지금으로선 연말이라고 해서 투신의 매매 패턴에 특별한 변화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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