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테러 뒤엔 정치·경제 실력자 모임 있다?

■ 빌더버그 클럽<br>■ 다니엘 에스툴린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1954년 5월 29일 네덜란드 빌더버그의 오스테르베클 호텔에 석유왕 록펠러의 손자 로렌스 록펠러 등 각국의 정치, 경제 유력자들이 모여들었다. 베른하트 네덜란드 왕자가 주창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유럽과 미국의 경영자들과 정치인들은 정치, 경제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헤어진다. ‘빌더버그 클럽’, ‘빌더버그 회의’ 등으로 통칭된 이 모임은 회원을 바꿔가며 54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로마노 프로디 전 유럽위원회 위원장,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등 유력 인사들이 가입돼 있다. 특이한 점은 회의 내용을 공개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사실. 회의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유럽의 한 언론에 따르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 비밀회의(콘클라베)보다 더 비밀 유지에 신경을 기울인다고 한다. 스페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6년 동안 ‘빌더버그 클럽’을 추적하고 조사해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저자가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영토 분쟁인 포클랜드 전쟁, 1978년 이탈리아 극좌파 ‘붉은 여단’에 의해 자행된 알도 모로 전 이탈리아 총리 암살사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 등 전세계를 들썩이게 한 사건에 ‘빌더버그 클럽’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고 한다. 책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도 있고 논리의 비약도 눈에 띈다. 저자는 “빌더버그 클럽이 세계 각지에서 고의로 어린이 유괴 사건, 테러 등을 일으켜 불안감을 조성한 뒤 강력한 힘을 가진 세계 유일정부를 만들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과격하기도 하고 지나친 ‘음모론’이라는 생각도 피할 수 없다. 저자가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빌더버그 클럽’이 모임의 성격과 회의 내용을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런 억측과 음모론은 끊이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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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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