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3월 3일] 낭패(狼狽)

이우철(생명보험협회 회장)

옛날 중국의 전설에 ‘낭(狼)’과 ‘패(狽)’라는 동물이 있었다고 한다. 낭은 뒷다리가 없거나 아주 짧았고 패는 앞다리가 없거나 아주 짧았다. 그래서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만 했다. 이 둘의 성품 또한 반대여서 낭은 성질이 사납고 용감했지만 지혜가 부족한 반면 패는 성질은 온순하고 겁이 많았으나 지혜가 뛰어났다. 그래서 사냥을 하거나 먹이를 찾아 나갈 때 패는 계획을 세웠고 낭은 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낭과 패 둘이 호흡을 잘 맞춰 협력할 때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완벽한 파트너로 사냥도 쉽게 성공하고 곧잘 먹이도 찾을 수 있어 생활이 괜찮았다. 그러나 둘이 생각이 달라 고집을 피우거나 다투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냥은 고사하고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어 꼼짝없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람들도 서로 도와가며 협력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낭ㆍ패와 유사한 점이 있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고집불통의 독불장군은 설 자리조차 없다. 나의 것을 나누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계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라는 큰 파고에 직면해 있다. 지난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전세계에 걸친 최대 위기라는 지금의 경제위기는 금융 부문뿐만 아니라 실물 부문에서도 그 영향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과 정책들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충돌이 있을 것이고 심지어 큰 다툼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서로 협력하는 파트너십이다. 생각이나 의견이 다르다고 대척점에 서서 다투기만 해서는 글자 그대로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ㆍ협력이 바탕이 될 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고 그 효과 또한 최고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파트너십은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난제들을 해결하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두레ㆍ향약ㆍ계와 같이 서로 협력하고 도와주는 전통의 파트너십이 강한 사회로 많은 역경과 고난을 슬기롭게 헤쳐나왔다. 지금의 경제위기도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한다면 낭패 없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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