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1,390억원을 투입하고도 개장조차 못한 세빛둥둥섬 사업이나 7,2780억원의 사업비를 삼킨 것도 모자라 민간사업자에 7,789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용인 경전철의 난맥상은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보수성향의 변협이 오 전 시장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배임 같은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리적 타당성을 떠나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할까 싶다. 그만큼 지자체 예산낭비의 적폐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혈세를 축내는 지방재정 부실의 사례는 한도 끝도 없다.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조성 중인 알펜시아리조트는 1조원이 넘는 부채로 생존불가 판정을 받은 지 오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세금이 투입돼야 할지 모른다. 호화청사를 짓거나 치적쌓기용 사업을 마구잡이로 벌여 주민의 원성을 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변협은 서울과 용인의 사례를 거울삼아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납세자소송제도를 입법 청원할 모양이다. 현행 제도만으로는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혈세를 낭비한 데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주민소송제라고 해서 지자체 재정실패의 책임을 추궁할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워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26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납세자소송제도는 남소 가능성과 그에 따른 행정의 안정성 훼손 같은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혈세낭비를 막자는 기본취지를 살려 대안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 어렵다면 주민소송제 요건이라도 완화해 명실상부한 견제장치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지자체가 저질러놓은 재정파탄의 뒤치다꺼리해야 하나. 이제 납세자가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