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煥(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49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을 이탈, 대한민국의 품으로 들어온 주민의 숫자는 923명에 달한다. 그중 90년 이후의 탈북주민이 316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가 직업이 없거나 막노동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한다.
당연히 경제적인 지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착 초기의 어려움으로 경제적 곤란(27%)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46%)이 더 크다는 통계조사도 발표되어 우리의 관심을 끈다. 본인이 몸담고 있는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협력을 얻어 개최한「북한 이탈주민의 문화갈등 해소방안」이라는 심포지엄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또 대책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독일통일에 비춰볼 때 정치 내지 경제통합은 오히려 수월한 반면, 심리·사회·문화적 통합은 너무나도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진정한 통일을 위한 후자의 의의는 자못 심중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서 탈북 주민들의 생활경험을 단순한 이용 내지 호기심의 관점에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탈북 주민들을 무조건 우리에게 동화시켜려 하기 보다는 그 거울에 비춰 우리에게는 혹시 이지러진 모습이 없는지를 살필줄 아는 아량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경직된 체제로 인해 북한 사람들의 가치체계나 사고방식 내지 행동방식에서 바로 잡혀져야 할 부분들이 없지 않으리라는 것을 인정한다. 또한 관용해서는 안될 것 까지도 관용해서는 안된다는 관용의 역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생활의 묘미는 서로를 견주면서 좀더 나은 위상을 확보해 나가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볼때 탈북 주민들의 실상이 일반 시민들에게 좀더 솔직하게 알려지고 또한 민간적인 차원에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일이 우선 가능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만 그것이 바로 통일을 위한 연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