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 넘쳐나는 시대/한 자전거로 23년간 출·퇴근

◎울산 현대중 근무 박두룡씨/부품교환·페인트 칠 수십번 “이젠 골동품”/「절약하며 살자」 좌우명 실천… 건강엔 자신울산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박두룡씨(57·선실생산 2부). 자동차 보유대수 1천만대 시대에 23년동안 한 자전거로 출·퇴근을 계속해온 근로자다. 박씨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4년 입사때부터. 출근길 비좁은 버스안에서 시달리는데다 회사 정문에서 작업현장까지 또 3㎞정도 걸어가야 하는 등 불편이 많아 중고 자전거를 구입, 사내 이동용으로 사용했다. 구입가격은 3천원. 당시 월세가 3천5백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돈을 쓴 셈이었다. 그동안 이 중고 자전거는 펑크가 나는 등 잦은 고장을 일으켜 타이어, 체인, 몸체 등을 수십번 갈아 끼우거나 페인트 칠을 했다. 자전거 수리를 워낙 많이 하다보니 박씨는 이제 자전거를 직접 제작까지 할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 박사」가 됐다. 박씨는 흔한 승용차는 물론 현장 직원들이 거의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도 없다. 박씨가 이제는 골동품처럼 돼버린 자전거를 고집하면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사용해온 것은 「겸손하게 절약하면서 살자」라는 스스로의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꾸준히 자전거 타기를 해온 결과 지병인 무릎관절통이 말끔히 나았고 현재도 40대 못지않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박씨는 못배운 한을 풀기위해 꾸준히 글쓰기 연습을 해 지역공단 문화제 수기부문 최우수상을 비롯 4회에 걸친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박씨는 『자동차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자가용을 탈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사람은 50%도 안될 것』이라며 『요즘은 작은 물건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절약정신이 사라져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울산=이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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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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