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까지 뒤통수를 심하게 얻어맞은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뒤늦게 국회를 향해 화를 표출했다. 국회가 전격적으로 처리한 소득세율 최고 구간 신설 방안에 대해 '땜질식' '누더기'라는 격한 표현을 평소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모두 동원했는데 일부에서는 조세정책에 대한 평상시 정부의 일관성 부족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2일 시무식 직후 기자실을 들른 박 장관은 소득세에 관해 거침없이 말을 꺼냈다. 그는 "당초 국회 기재위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방안을 포함해 논의했지만 '땜질식' 처방인데다 세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좀 더 시간을 갖고 다양한 문제를 전면 논의하기로 했었다"며 "그런데 본회의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돌려 말을 했지만 이번에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에 총체적 문제가 있음을 적시한 것이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3억원 이상이 갑자기 생기면서 소득세 과표구간 간 합리성 문제, 즉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8,800만원 다음에 바로 3억원으로 뛰고 세율이 양도소득세 등과 맞지 않으며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세율이 다른 문제점을 얘기한 것이다.
그는 "다만 소득세 최고세율 국간을 2억원으로 했으면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그나마 3억원으로 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이에 따라 "국회가 결정한 소득세율 체계가 갖는 부작용과 공평과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문제점을 완화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정기국회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낼 때 (고소득 계층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낼지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오는 8~9월 내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개선방안을 포함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통과된 법을 갖고 반년 이상 늦게 보완책을 내겠다는 발상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구제해준다는 발상이 조세정책의 틀에 맞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재정부로서는 수석 부처에 맞지 않게 이래저래 체면에 손상이 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