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고령화시대의 주택정책과 주택3법


이창무교수


우리는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최근 몇 년간 지속되면서 그 전에 별로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을 했다.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전세가는 치솟고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시점에 높게 형성됐던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진 단지들도 속출했다. 이러한 주택시장 변화의 기저에는 국내 인구증가율이 둔화되고 노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부정적 인구구조 변화와 그로 인해 잠재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큰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재개발, 주택시장 안정 해결책


이러한 여건변화에 부응하는 주택정책은 고성장기에 얼개가 짜인 틀로부터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과거 고성장기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는 것은 노다지를 캐는 기분이었다. 선분양제도와 분양가 규제로 분양 이후 지속적인 가격상승의 열매를 누리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혈안이 됐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기대를 갖기 힘든 상황으로 변했다. 좀 있으면 인구가 감소할 텐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주택시장이 붕괴할지도 모르는 등 많은 우려와 걱정이 우리 뇌리를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지극히 조심스러운 투자행태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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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은 총주택수요가 감소하는 정점이 아니다. 어떤 방법으로 주택수요를 추정하든 결국 주택소비의 독립된 단위가 되는 것은 가구다. 그래서 한 채, 두 채 단위의 주택수요는 결국 인구학적 가구 수 문제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의 외국인가구 증가를 고려하지 않은 가구 수 추계에서는 오는 2035년까지 2010년 가구 수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연간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어쨌든 적절한 주택 신규 공급이 이뤄져야 주택구매를 꺼리는 주택임대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중요한 갈림길에 선 선택의 문제가 신규 주택을 어디에 담을 것인가다. 지금은 그러한 여력도 없지만 도심에서 30㎞ 떨어진 신도시에 계속 매달리면 더 많은 사람이 2시간씩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 서서 출퇴근을 해야 한다. 노령화된 도시에서는 견뎌내기 힘든 삶의 모습이다. 반면 도심에 근접한 곳에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면 그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재건축을 포함하는 광의의 재개발이 단순히 행정구역상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대도시권 전체 주민의 문제이고 국지적 개발이익 분배 문제 이상의 사회적인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불행하게도 조심스러운 투자행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 주택시장에서 광의의 재개발에 속하는 주택건설 과정에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과거 고성장기 기준으로 환수하거나 조정하는 틀은 주택건설 행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과거에는 그런 개발이익 환수가 있어도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기대되는 개발이익에 대한 조정도 재건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조합원들 간의 갈등을 뚫고 사업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고성장기 관련법 개정 선행부터

최근 정부에서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 조합원소유 주택 수 인정, 분양가상한제 탄력적 운영 등 세 가지 법안은 노령화 시대에 걸맞은 바람직한 입지에 신규 주택을 공급하고 주택임대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선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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