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애매모호한 ‘특검법 합의’

14일 오전 9시15분. 국회 예결위 회의장. 갑작스레 민주당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의제는 대북 비밀송금 의혹 특검법 문제. 17일 특검 시작을 앞두고 한나라당과의 특검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경과를 보고하고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급하게 마련된 자리였다. 정균환 총무:야당에서 합의한 바 없다고 해서 구걸해서 (한나라당과) 만났다. 결론은 사전에 합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 공포하면서) 여야합의정신을 살린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거짓말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대단히 어렵게 될 것이다`고 했다. 한화갑 전 대표:가급적 발언을 참으려 했는데 이렇게 나왔다. 우리가 (집권당으로서) 국익을 확보해야 하는데 거꾸로 포기하게 됐다. (특검을 하면) 북한을 범죄인 처우하게 될 텐데 그렇게 하면서 어떻게 남북관계 개선할 수 겠나. 현재 민주당은 `춘추전국시대`, `군웅할거`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결집된 힘이 나오겠나. (이상수 총장을 지칭하는 듯) 합의본 사람이 결론내라. (몇몇 의원들이 `그렇지!`라며 적극 호응.) 유용태의원:(발언대에 나오지 않고 좌석에 앉아 큰 소리로)합의를 한 거요, 안한거요! 확실하게 해야 할 것 아니요. 이상수 총장:(지난달 특검 공포일 당일 여야협의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뒤) 결국 합의했다고 하면 합의한 것이고 저쪽에서 합의한 바 없다고 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결국 최근 특검 논란의 핵심은 지난 14일 특검 공포일 당일의 여야 의견접근 정도를 합의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다. 그날 저녁 여야 총장이 연쇄 전화접촉을 갖고 의견이 접근된 것을 민주당은 그동안 `합의된 것`으로 보고 싶어했다. 이에 대해 협상 당사자 였던 민주당 이 총장은 이날 “합의했다고 보면 한 것이고, 안했다고 보면 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노 대통령은 `합의 한 것도, 안한 것도 아닌`것을 전제로 남북관계의 운명을 좌우할 특검법에 서명한 셈이 됐다. 민주당은 확실한 담보없이 구두로 의견접근한 사항을 `합의`로 해석하며 몰아붙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법 공포후 여야 의견접근 사실 자체를 무시한 채 “합의한 바 없다”고 배부른 자세다. 이것이 2003년 봄, 우리 정치권의 풍경이다. <안의식기자(정치부)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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