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정기탁금제 존속(논쟁)

지정기탁금 제도를 둘러싸고 여야간 팽팽히 맞서고 있다.기탁금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야당측은 현행 제도가 소액다수주의, 투명성,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여당에게만 기탁금을 모아주고 재벌에게 특혜를 노리는 부정한 돈의 댓가를 안기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는등 정경유착의 통로가 되고 있다며 현행 제도의 폐지나 전면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은 이같은 야당측의 주장이 제도 자체의 근본적 모순때문이라기보다 기탁금의 여당 편중때문이라고 지적, 전면 폐지보다는 적절한 개선방안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측은 선관위를 거치지 않고 정당에 직접 기탁토록 하거나 후원금의 상한액을 폐지, 또는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원내총무의 특별기고를 통해 지정기탁금제도를 둘러싼 양측의 논지를 정리한다.<편집자 주> ◎찬성/제도엔 문제없어 운영 개선을/여 편중현상은 기업 자율판단 따른것/기탁안해도 특정사에 불익줄 수 없어/정당 직접기탁·후원금 상향 등 보완책 추진가능/목요상 신한국당 원내총무 현행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서는 정당들이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서, 당비, 후원금, 국고보조금과 기탁금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탁금제도는 개인 또는 법인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할 때에 반드시 중앙선관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특정 정당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에는 국고보조금 비율로, 한 개 이상의 정당을 지정하였을 때에는 그에 따라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야당은 기탁금이 여당에만 몰린다는 이유로 제도자체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지정기탁금의 30%를 떼어서 국고보조금 배분비율로 나누자는 개정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당은 기탁금제도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후보자도 기탁금을 받을 수 있게 확대하자는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야당이 기탁금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야당에는 기탁금이 들어오지 않고 여당에만 몰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서 야당에 기탁하는 기업은 불이익을 당할 것이고, 여당에 기탁하는 기업은 특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탁금 여당편중 현상은 지난 시대의 우리 정치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시대의 정치수준에는, 정치가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든지, 잘못보이면 보복을 당한다든지 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야당의 집권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여건은 이미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기업은 정부의 보호우산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요구받고 있고, 여당이 특정기업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해서 무슨 특혜를 줄 수는 없으며, 특히 여당에 기탁하지 않았거나, 야당에 기탁한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야당은 집권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기업에서도 그런 판단이 선다면 왜 기탁하지 않겠는가. 야당은 지정기탁금제도가 80년 이전에는 두개이상 정당에게 기탁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신군부에서 야당을 탄압할 목적으로 한 개 정당에게만 기탁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악하였다고 주장한다. 실제 65년 정치자금법 제정이래 80년까지는 두 개 이상 정당에게 기탁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법에는 후원회 제도나 국고보조금제도는 물론, 당비제도도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았고, 유일하게 선관위를 통한 기탁금제도만이 있었다. 정당이 공식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기탁금제도 하나밖에 없다면,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두개 이상의 정당에게 기탁하도록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80년의 법개정은 그 당시에는 획기적으로 후원회 제도와 국고보조금제도를 신설하였다. 즉, 모든 정당에게 기본적인 정치자금의 조달방법을 대폭 확대하였던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법인들이 정치자금을 기탁하면 손비처리가 되어 결과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으므로 그만큼은 여·야가 국고보조금 비율로 나누어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지정기탁금의 30%를 분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일응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손비처리되는 것은 기탁금뿐만 아니라 당비나 후원금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정치자금 기부를 놓고 기탁금의 손비처리만을 문제삼는 것은 모순이 있다. 또한 정치자금을 기탁하는 입장에서 보면 지지하는 정당이 하나이지 둘 이상일 수 없고, 이 당도 잘되고 저 당도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 30% 분배는 기탁자의 자유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당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당은 현재의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개정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이 불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개선방안을 모색할 용의는 있다. 그 첫째는 기탁금을 선관위를 거치지 않고 정당에 직접 기탁토록 하는 것이다. 투명성이 문제된다면 후원금이나 당비와 같이 수수내역을 선관위에 보고하면 될 것이다. 외국입법례에서도 정치자금을 국가기관을 거쳐 각 정당에 배분하는 경우는 없다. 둘째는 야당 주장처럼 기탁금제도를 폐지하되 후원금의 상한액을 폐지하거나 상향조정하는 방안이다. □약력 ▲서울대법대졸업 서울고법판사 ▲11·12·15대 의원 ▲정치개혁특위위원장 ▲국회운영위원장 ◎반대/투명·형평원칙 위배 폐지마땅/재벌특혜 등 정경유착 통로 악용 소지/상한선없어 「소액다수주의」에도 배치/정치발전자금 신설 국고보조금 비율로 배분해야/박상천 국민회의 원내총무 지정기탁제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1962년에 집권당인 공화당 운영을 위하여 생겨난 이래 1980년 이래 현행과 같은 지정기탁금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1개의 특정 정당에 지정하는 기탁제도는 지속적으로 집권 여당의 자금원 역할을 해왔으며 정경유착뿐만 아니라 여당의 비대화를 통한 일당독재 강화 및 정당정치 구조의 왜곡 등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해왔다. 정당에 대한 기탁금의 원래 목적은 정당 발전을 위한 모금 및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한 것이나 이러한 목적과는 다르게 현행 지정기탁금제도는 정치자금에 의한 정경유착을 막기 위한 「소액 다수주의 원칙」과 「투명성의 원칙」, 그리고 정당간의 공정 경쟁을 위한 「형평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현행 지정기탁금제도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정당이 중앙선관위를 통하여 받은 지정기탁금은 후원회의 기부금과는 달리 상한선 없이 거액을 수령할 수 있어 소액 다수주의 원칙을 무색케하고 있다. 두번째, 지정기탁금을 내는 기탁자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정치자금을 특정 정당에 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실제로 연간 개인의 경우 전년도 소득의 5%, 법인의 경우 전년도말 자본총계, 즉 자본금·적립금·기타 잉여금의 2%로 되어 있어 재벌의 경우 수백억원씩 사실상 무제한의 기탁이 허용되고 있다. 세번째, 현행 정치자금법 제11조 제2항에 기탁자의 성명을 공고하지 아니할 수 있게 되어 「투명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96년도 기탁금 총 11건(금액3백40억원) 공고된 사람은 단 건(대구시민, 금액 1백만원) 뿐이었으며 97년도에는 기탁금 3백65억원(97. 10.13 현재)중 공고된 사람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네번째, 현행 지정기탁금제도는 기탁금 전액을 과세표준에서 공제하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여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나 지정기탁금의 평균 25∼28% 정도가 세액에 공제됨으로써 결국 전체 국민이 지정기탁받는 특정정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셈이 되고 있다. 지정기탁금제도 자체의 문제점, 불합리성은 그 운영 실태에서 적라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 정권이 등장한 93년부터 97년 10월13일 현재 중앙선관위에 기탁된 3백65억원은 모두 여당에 지정기탁되고 야당에는 한푼도 기탁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중 대부분이 기탁자인 재벌기업들이 직접 여당 사무처에 돈을 주고 여당의 당직자가 중앙선관위에 기탁 절차를 취하는 이른바 「직거래」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어 명백한 정경유착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의 정당 지지도가 여당은 30%를 넘지 아니하고 있고 최근의 대선 정국에 즈음하여서는 국민회의가 신한국당의 인기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는데도 97년도 지정기탁금 전액이 신한국당에만 기탁된 것은 기업인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강제로 할당받은 듯한 의혹을 갖게 한다. 여당은 현재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가 문제되고 있는 마당에 공식적인 창구를 봉쇄하여서는 안되며 야당에 지정기탁금이 가지 않는 것은 신뢰 부족과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왜곡된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행 지정기탁금제도는 소수의 재벌이 특혜를 줄 수 있는 집권당에만 뇌물성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그 부정한 돈에 합법성의 옷을 입혀주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여 정경유착의 합법적 통로가 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하여 여·야간의 「정치자금의 형평」을 깨트려 정당간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정경유착을 자행한 소수 재벌에게 엄청난 「감세혜택」까지 주는 부조리를 낳고 있으므로 현재와 같은 지정기탁금제는 반드시 폐지되거나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회의는 이번 정치개혁입법특위에서 지정기탁제를 폐지하고 이를 정치발전자금으로 대체하여 단체 및 개인의 기탁금을 중앙선관위가 접수하고 이를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로 분배하여 정당간의 비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도록 이미 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약력 ▲서울대 법대 졸업 ▲13·14·15대의원(전남 고흥) ▲개혁입법·지자제협상 대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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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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