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한은총재 발언 의미
대출금리 고수 분위기에 불만표시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최근 국고채시장이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전 총재의 이번 발언은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현수준 고수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일부 금통위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즉 콜금리 인하가 금융권의 수신 및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야만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 및 금융비용 경감 등 소기의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정작 은행권 등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데 따른 직접적인 불만의 표현이라는 시각이다.
전 총재의 이번 지적은 특히 이달 콜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내달 또는 상반기 중 추가 콜금리 인하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도 있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총재는 이와 관련,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과 콜금리 인하 등으로 우리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며 "이르면 올 2ㆍ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미국경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시장만 제대로 움직여 줄 경우 콜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경기부양이 크게 필요 없다는 것이다.
금통위원들도 최근 "지금처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기업자금공급 확대에 소극적인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콜금리를 내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채권시장에서는 지난 8일 콜금리인하 이후에도 국고채 등 장기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격차가 거의 제로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일시적인 장단기금리의 역전현상도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고채 금리는 신용위험이 없어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하는데 최근 급속한 경기둔화, 소비ㆍ투자심리의 위축 등으로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금융완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 총재의 발언은 이 같은 우려를 바탕으로 시장금리의 하향안정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은행의 여수신금리 인하 움직임이 활발해져야만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밝아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