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 외환위기 가능성 배제못해/동남아 통화위기 원인·전망

◎국제투기자금 공격 직접 원인/철강 등 주력상품 수출 5∼7억불 줄어/종금 대외여신의 50% 차지… 피해 클듯동남아 통화위기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감소액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연 3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말레이시아나 태국의 통화방어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가능성 우려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동남아 통화위기 현황과 발생 원인 지난 7월1일 달러당 24.45바트에 거래되던 태국 바트화는 7월2일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래 이번달 4일 무려 31.9%가 폭락한 35.85바트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슷한 경제구조를 갖고있는 주변국 통화도 마찬가지여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9.6%, 필리핀 페소화는 19.0%,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15.4% 각각 폭락했다. 이는 거품붕괴, 금융부실화, 실질실효환율 고평가, 경상수지적자 누적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통화 방어능력의 취약성에 있다. 과도한 단기외채 상황에서 국제투기 자금의 공격에 노출돼 빚어진 결과다. ◇환율추이 동남아 각국 통화가치가 이처럼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비해 원화는 지난 7월1일과 이번달 6일을 비교할 경우 달러화에 대해 2.2% 하락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엔화의 절하폭도 5.1%로 원화보다 컸다. 절하폭이 적은만큼 우리 수출상품은 이들 국가와의 가격경쟁력에서 그만큼 떨어지는 셈이다. 더욱이 원화는 엔화에 대해 같은 기간 오히려 3.4%나 절상됐다. 그만큼 우리 수출제품의 값이 일본 제품보다 비싸게 되며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품목이 많은 상태에서 심각한 가격경쟁력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 동남아 통화위기로 우리 기업들의 대동남아 수출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각국의 성장률 둔화, 수입가격 상승, 수입억제를 위한 각국 정부의 예산긴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기, 전자, 기계류, 화학제품, 철강 등의 수출이 주로 감소함에 따라 97년 대동남아 수출예상치 2백30억달러 가운데 2∼3%가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4억6천만달러에서 6억9천만달러에 이른다. 또 동남아 통화에 대한 원화의 실질가치 상승은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게 된다. 이들 국가의 통화에 비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줄잡아 23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동남아 국가들이 현재의 위기국면을 극복할 경우 오는 99년 이후 한결 높아진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국의 수출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그 효과의 파장은 지금으로선 예측조차 쉽지않다. 이와함께 국내 금융기관의 동남아지역 여신이 워낙 많아 피해가 불가피하다. 은행 대외여신의 28.2%인 1백23억1천만달러, 선발종금사 대외여신의 45.3%인 12억달러, 후발종금사 대외여신의 49.4%인 19억8천만달러 등 총 대외여신의 30.9%인 1백54억9천만달러가 부실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국의 통화방어 능력 지난 94년 멕시코나 최근의 동남아 각국은 통화방어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을 외채, 수입액, 총통화, 예금은행 순외화부채 등으로 각각 나눈 값을 가중평균해 통화방어능력을 산출했다. 그 결과 지난 94년의 멕시코는 3.3, 96년말의 필리핀은 8.8, 태국은 12.1, 말레이시아는 16.5를 나타냈다. 지난 6월말 현재 한국은 9.1에 머물고 있다. 수치가 높을수록 통화방어능력이 높다. 결국 한국의 통화방어능력은 필리핀보다 약간 나을 뿐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오히려 낮은 상태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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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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