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세기 칭기즈칸이 되자/손욱 삼성전관대표(특별기고)

한국경제는 흔히 냄비경제에 비유된다. 불황이 닥쳐오면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호들갑을 떨다 경기가 조금만 호전될 기미가 보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금세 잊어버린다는 점에서 이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지금 우리경제가 어렵게 된 주된 원인이라면 크게 두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째는 일본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일본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된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기업 내부의 구조적인 취약성 때문이다. ○일본을 배우자 원인을 찾았으면 어떻게 치료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경제는 어떤 처방을 받아야 할까. 이는 일본기업이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몇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3년 1차 오일쇼크로 전세계가 불황에 휩싸였을 때 일본도 20년간 구가하던 고도성장의 기틀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다. 첫째는 품질, 둘째는 모방에서 비롯된 독창성없는 제품구조 그리고 셋째는 저임금에 의존한 낮은 생산성이 문제였다. 일본기업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2년간 뼈를 깎는 노력을 했고 77년이 돼서야 겨우 73년 수준의 경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후 일본기업은 강화된 체질, 원가경쟁력, 독창적 제품창출 등을 통해 70년대말 2차오일쇼크는 물론 80년대 중반의 엔고도 무난히 극복했다. 결국 일본은 체질개혁을 통해 위기에 강한 기업구조를 구축했으며 마침내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경쟁력은 사업구조개선, 품질혁신,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등 철저한 합리화와 체질혁신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많은 중소기업의 도산은 물론 30대그룹에 속하는 대기업들조차도 자금난에 힘들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기가 조금 좋아졌다고 금방 우리의 구조적 문제가 모두 해결된 듯한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수출호조와 경기회복은 구조개선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엔화강세」와 「유가하락」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현재 우리의 위기는 일본과 같이 구조개선을 통해 21세기를 선진체제로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상대팀에 4대2로 리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9회말 2사만루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홈런을 치는 것처럼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켜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국가적인 구조개혁 노력에 최선을 다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어느 정도인가. 극한에 도전하고자 하는 한 일본기업의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보자. TDK는 8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세계최강의 비디오테이프생산업체였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한국업체의 신규진입과 엔화가치상승으로 제품판매가격이 75%이상 급락하면서 존폐의 위기에 몰렸다. TDK는「사업을 중단하느냐」 「해외로 이전하느냐」하는 심각한 기로에서 극한적인 원가절감운동에 착수했다. 이것이 최근 원가절감활동의 극치로 평가되어 많은 기업이 배우고 있는 IPS, 즉 이상목표관리시스템(Ideal Production System)이라는 경영기법이다. TDK는 3년간의 이같은 개선활동을 통해 60%이상 원가를 절감했고 명실공히 「품질세계제일」 「가격경쟁력 세계제일」 「이익 세계최고」의 초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작년말 미국의 초우량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잭 웰치회장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으로부터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모두가 하나같이 경쟁력 10%향상을 강조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웰치회장은 30여명의 핵심간부들을 파견해 한국기업의 국내외 경영활동을 집중분석하게 했고 지난 5월에는 「한국이 21세기 칭기즈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벌였다. 이들은 한국이 칭기즈칸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짓고 한국기업과의 관계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변화대응력 강화 세계초우량기업으로부터의 이같은 평가는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우리가 진심으로 경쟁력 향상에 전력투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저마다 구호만 외치고 남의 탓을 하면서 누군가 해결할 것이라는 무사안일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그 변화에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느냐는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시대의 낙오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떠오르는 별」 칭기즈칸이 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자세에 달려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와 같은 10∼20% 향상이 아니라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1백∼2백%를 혁신하겠다는 이상목표를 세우고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국가경쟁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 21세기의 진정한 칭기즈칸이 돼야 한다. □약력 ▲45년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 ▲삼성전기 기술본부장(상무)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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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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