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최근 컴퓨터 완제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F사 등 국내 업체 3곳이 검색광고 서비스 계약을 맺은 오버추어코리아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오버추어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회사다. 키워드 검색으로 이용자가 클릭을 하고 이를 통해 광고주의 웹사이트로 실제 유입됐을 때만 광고비를 지불한다는 CPC(Cost Per Click) 광고방식으로 세계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을 휩쓸었다. 한국에는 2002년 9월 공식 진출해 주요 포털사이트와 손잡고 수년간 국내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불만은 높았다. 오버추어코리아는 어떤 방식으로 광고 요금이 산정되는지 일절 공개하지 않았고 오버추어와 계약을 맺은 경쟁업체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업체들은 사이트 유입 고객 수에 비해 광고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심을 품었지만 오버추어코리아가 시장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대안은 없었다.
이들은 오버추어코리아의 한국 철수가 가시화된 지난해 말에야 비로소 민사소송을 냈다. 지난해 12월 수년간 30억~40억씩 지불한 광고비의 최소 30% 가량은 광고 효과와 직결되지 않는 '부정클릭'에 따른 것이었다며 각자 1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1년간 끌어온 소송이지만 재판부 3곳이 내놓은 판결문은 모두 4~6페이지 수준으로 단출했다. 판단의 사유가 단 3줄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이유는 오버추어코리아 측이 재판의 핵심이 되는 자료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끝내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현재의 증거만으로는 오버추어코리아가 부정클릭 등을 방지할 의무를 해태 해 부당이득을 취했음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업체들을 대리한 조현희 법무법인 지석 변호사는"자료를 공개해달라는 요청만 하다가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도 문제가 있다고 봐 조정을 권유했지만 상대 측에서 거부해 이뤄지지 않았다"며"미국 등에서 이뤄진 비슷한 소송에서는 오버추어 측이 합의를 본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승소를 확신했기에 조정을 거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이 허망한 패소 판결이 우리 법원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런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미국 등에서는 기업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를 뭔가 불리한 구석이 있다고 봐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며 "부당 거래 등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기업들이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