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물리는 벌과금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 내지 않아도 될 벌과금을 납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제도를 잘 몰라 제때 세금이나 과태료 등을 내지 못하고 사후에 벌과금 고지서를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소재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과금 관련 기업애로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벌과금 관련 제도가 복잡하고(49.5%) ▦행정편의주의적(44.0%)이라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벌과금 납부와 관련된 주요 애로사례로는 ▦상법상 등기의무 위반 과태료 ▦거래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대한 양벌적 과징금 부과 ▦세법상 납세의무 위반시 2~3년 경과 후에야 가산금 부과 ▦차량배출가스 검사 과태료 등이었다. 등기이사 위반 과태료는 현행 상법에서 등기이사가 연임되거나 주소가 변경될 경우에도 새로 등기하는 규정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아 과태료를 내고 있다.
실제 A사는 지난 99년 해외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주간증권사가 편법으로 국내 사채로 변경하며 금융감독위원회에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 과징금을 물었다. 해외발행은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없지만 국내 발행은 있다는 규정을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이 복잡하고 해외와 국내 발행에 차이가 있어 내지 않아도 될 과징금을 냈다”고 말했다. 행정편의적인 벌과금 제도도 기업 경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경부에서 처음 실시하는 차량배출가스 검사의 경우 차량 등록지역과 서울ㆍ부산 등 대도시에서만 검사가 가능해 지방 사업장의 차량도 본사에 등록했다면 본사 소재지로 가야 한다. C사의 제주도 연구소 농장 차량은 차량등록이 서울에 돼 있어 배출가스 검사를 받으려면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가져와야 해 검사유예기간을 신청했으나 환경부ㆍ중구청ㆍ남제주구청의 서로 미루는 식의 행정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는 “벌과금제도 중에는 기업 현실에 부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기업들의 현실적인 불만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합리적인 법질서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벌과금의 적정성 여부
▦위반사항에 비해 금액이 너무 크다(59.8%)
▦적정한 수준이다(38.1%)
▦적은 편이다(2.1%)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