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4월 29일] 글로벌 패션시장, 브랜드로 승부해야

시장 경계가 허물어지고 ‘메이드 인(Made in)’보다 ‘메이드 바이(Made by)’가 강조되는 글로벌시장에서 기업 간 사활을 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패자부활전은 TV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글로벌 시장에는 승자독식의 냉엄한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중국은 연간 100조원이 넘는 규모를 지닌 세계 최대 패션시장이다. 정확한 통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구 수에다 해마다 10%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율을 보이면서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말 그대로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패션업체들도 중국시장에 잇따라 진출해 패션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패션사업의 성패는 품질과 브랜드뿐 아니라 유통망 확보에도 좌우된다. 어떤 기업을 막론하고 유통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시장에서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매우 다르다. 글로벌 기업들은 주로 백화점 등 고급 유통망을 중심으로 직영매장 개설에 힘을 쏟는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대리점 위주의 로드숍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력이 약한 탓도 있지만 로드숍은 손쉽게 매장을 열 수 있는데다 유지비도 저렴해 당장 매출을 올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로드숍 중심의 운영 전략은 진출 초기에는 일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내 어려움에 봉착하고는 한다. 지난 1994년부터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도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어렵지만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고급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이제는 여성복 한 벌 가격이 중국 대졸 직장인 초임의 2~3배가 넘는 고급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게 됐다. 패션산업은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가 중시되는 분야다. 특히 전세계 패션 브랜드들이 눈독을 들이는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브랜드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한 과정에서의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키운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져다주는 과실은 매우 달다. 이것이 이랜드가 지난 15년간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패션사업을 전개하면서 배운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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