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간의보 활성화 어떻게 봐야하나> 허와 실

'실손형' 놓고 경제부처·재계-복지부·의료시민단체 찬반 엇갈려<br>"의료산업 경쟁력 강화해야"vs"공보험 근간위협·사회 위화감 조성"

보험회사를 선두로 재계와 경제부처 등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등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실제의 진료.치료비 가운데 환자가 내는 돈(본인부담금)을 실비 기준으로 보장해주는 보험을 말한다. 암보험 등 특정 질병으로 진단받거나 입원했을 때 미리 계약한 금액을 지급하는기존 형태의 `정액형 의료보험'과는 다르다. 실손형 민간보험은 2005년 8월부터 개인에게도 판매가 허용됐다. 하지만 수익에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보험사에서 아직까지 보험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없이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할 경우 공보험의 근간을 흔들면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고 사회적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와 제주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상이교수가 공동 연구한 `국민의료보장 강화를 위한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설정'이라는논문을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실태와 문제점, 바람직한 역할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 민간의료보험의 현황
1980년대 암보험 상품 출시 이후, 1990년대 중반 특정질병보험, 2000년대 치명적 질병보험(CI보험), 2005년 8월부터 허용된 생명보험사의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에 이르기까지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크게 증가해 보험업계의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 수입(시장규모)은 2003년 5조7천억원 정도였다. 2001년 이후 연간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15%를 웃돌고 있는 점을감안할 때 2005년 최소 7조6천억원에서 최대 10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 연간 보험료 수입의 절반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국내 민간의료보험 시장규모는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도 매우 큰 편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의료보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0.9∼1.4%수준인데 반해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0.4%, 0.2%에 불과하다. ◇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주장의 배경과 내용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와 보험업계는 `건강에 대한 다양한 욕구 충족',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 `의료체계의효율성 제고' 등을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재정적 한계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의 의료보장 수준이 국민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재원마련에도 어려움이 많아 의료분야 연구개발 투자가 힘들다는 점을꼽는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국민건강보험을 주 보험으로 하되,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해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추가 재정부담 없이 사회 전반의 의료보장 수준을 제고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보험개발원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의료비 보장 수준을 60% 남짓에서 70%까지 높이려면 2008년까지 건강보험료를 연간 3∼6%씩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납부한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이에 상응하는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보험업계는 주장한다. 경제부처와 보험업계는 따라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무엇보다 보험사가 다양한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국민건강보험이 가지고 있는 국민의 개인 질병정보를 보험사와 공유하고민간의료보험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공보험 보유 개인 질병정보 민간보험사에 제공 전례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개인의 질병 위험률과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시민단체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면서 기업 이윤 극대화를 보장하라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반박한다. 국민건강보험의 기본 운영원리는 계층간 또는 질병 고위험군과 저위험군간의 위험 분산이라는 사회적 상호부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질병 저위험군에게는 낮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고위험군에는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민간의료보험의 운영원리와는 크게 상충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민간의료보험은 고위험군의 가입을 회피하고 저위험군만 보장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국민건강보험의 운영상 필요에 의해 수집된 환자의 개인 질병정보를 그 목적에 맞지 않게 민간 영리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압력을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공보험이 가지고 있는 개인 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경우는우리나라보다 민간의료보험제도를 앞서 시행한 선진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미국, 호주, 독일, 아일랜드 등에서는 개인 건강상태에 따라 민간보험사가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세제 혜택 신중한 접근 필요"
지금도 민간의료보험은 연 15% 이상의 급속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세제 혜택을 통해 이보다더 큰 폭으로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키우는 것은 사회적 재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는 게 보건의료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민간의료보험에 세제 혜택을 주게 되면 세수 감소는 물론 조세 부담의 형평성에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결국 국민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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