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개발된 대형 입자가속기가 이제는 암(癌)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입자가속기가 만들어내는 초고속 양성자 빔이 암세포 제거에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암 치료에 있어 이처럼 양성자 빔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암세포에만 정확히 에너지를 방출, 주변 세포의 손상 없이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성자 빔이 방출한 에너지는 엑스레이의 에너지보다 꼭 큰 것은 아니지만 정확도는 훨씬 뛰어나다. 실제로 전통적인 방사선 치료법은 엑스레이가 몸을 통과하면서 암세포를 태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종양만 정확하게 겨냥할 수 없음은 물론 주변에 있던 건강한 조직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양성자 빔 치료는 입자가속기와 사이클로트론(cyclotron)이라는 이온가속장치에 의해 구현된다. 양성자가 치료에 쓰이기 위해서는 입자가속기를 통해 생성된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가져야 하는데, 사이클로트론이 12m 길이의 원형 트랙 내에서 양성자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양성자는 속도에 따라 고속, 중속, 저속으로 구분돼 치료실로 보내진다. 고속의 양성자는 몸 속 깊숙이 위치한 종양, 저속의 양성자는 피부 바로 아래의 종양을 공격하는데 사용 된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양성자 점화노즐이 암세포가 위치한 지점에 정확히 양성자 빔을 투사하기 때문에 환자는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하면 모든 치료가 이루어진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양성자치료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양성자 빔의 에너지가 엑스레이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확도가 훨씬 뛰어나 종양만 공격이 가능하다”며 “방사선 치료로 나타날 수 있는 메스꺼움과 방사선 화상 등의 부작용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스위스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학센터(CERN)에서는 쌍둥이 양자로 구성된 ‘반물질(antimatter)’을 활용한 암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미 햄스터 조직을 사용한 실험을 통해 양성자보다 치료효과가 4배나 강력한 것이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