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내 아이의 최종학력


부모들은 학교라는 테두리에 아이를 맡기면서 또래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이왕이면 내 아이가 더 뛰어나면 좋겠다는 욕심도 갖는다. 물론 여기서 뛰어나거나 뒤처지는 기준은 아이의 학교 성적이다. 성적이라는 단어의 앞뒤 순서를 바꿔보면 '적성'이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눈앞의 급선무인 성적을 후 순위로 두고 아이에게 맞는 적성을 찾아주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내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거나 그림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해서 그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모에게 어려운 일이다. 통상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는 대학에 들어간 뒤 취미생활로 가지라는 권유를 한다. 최소한 자신의 아이가 대학은 들어가야 한다고 기대하기에 당연히 성적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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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적과 적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아주 특별한 기회가 있었다.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고졸 출신'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유수 기업에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직접 참가 학생들을 대면하기 전까지는 고등학생들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대학의 관련 학과 졸업생들에 비해 함량이 많이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고등학생들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스스로 독학해 터득한 언어 능력, 프레젠테이션 기술, 마케팅 지식에 놀라고 말았다. 이 아이들은 마케팅 분야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다. 단지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케팅에 대한 꿈을 현실에서는 제대로 펼칠 수조차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독일의 경우 고졸자가 대학 졸업생 못지않게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대학과는 상관없이 직업교육을 받은 뒤 기업에 취업해 향후 마이스터가 되면 높은 임금과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뉴스를 통해 선진국의 교육제도와 사회환경을 볼 때면 우리 아이도 그런 사회 속에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와 직결되는 학교 교육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앞장서야 고졸 취업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또한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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