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맞춤형 고객서비스

지난 70년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했던 핵심 경영 요소가 ‘가격’이었다면 80년대는 ‘품질’로 바뀌었다. 90년대 이후에는 ‘고객만족’이 기업의 흥망을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풍요의 시대 도래와 함께 시장이 성숙, 포화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고객만족 경영을 일구었다. 하지만 공공 부문의 경우에는 외부 환경의 변화와 압력으로 고객만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생적으로 생긴 관심이 아니다 보니 실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럼 왜 고객만족인가. 지금까지의 고객만족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많았다. 물론 전부터 고객만족을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로 실천해온 기업이나 기관도 많지만 실제로 많은 공공기관에서 표방하는 고객만족, 고객우선은 피상적인 경영 목표가 대부분이었다. 고객만족이 탁상공론으로 끝나기도 하고 홈페이지나 광고상의 슬로건으로만 그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맞춤 서비스다. 맞춤 서비스란 말 그대로 각각의 손님을 위해 준비된 서비스 혹은 개개인의 요구를 반영한 것을 의미한다. 사람마다 각기 욕구가 다르고 또 다양화되면서 차별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들의 각기 다른 요구를 반영하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맞춤 서비스란 무엇일까. 일본의 다카시마백화점은 일명 ‘포도백화점’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이렇다. 백혈병에 걸린 한 소녀가 어머니에게 포도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포도가 나오는 철이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아픈 딸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포도를 찾아 헤맸고 마침내 다카시마백화점에서 포도를 발견했다. 그러나 애통하게도 백화점 포도 값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한참 포도 곁을 맴돌며 고민하는 어머니를 보고 한 점원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들은 직원은 과감히 포도송이를 잘라 팔았고 어머니는 딸이 그토록 원하던 포도를 살 수 있었다. 이 감동스러운 이야기는 곧 신문에 소개돼 다카시마백화점에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백화점은 포도 한송이 덕분에 매출이 수십배 늘어나는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이처럼 맞춤 서비스는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무척 쉽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기업들은 고객이 진정 원하는 바를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맞춤 서비스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한 공공 부문에서는 고객 개개인을 맞춰주려면 피곤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것은 알고 보면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다카시마백화점의 직원처럼 고객에게 진솔하게 다가가면 어렵지 않다. 최근 공공 부문에서도 고객만족이 화두가 되면서 맞춤 서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강남구 보건소는 ‘직장인 금연 클리닉’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는 보건소에서 직장으로 찾아가는 이동식 서비스인데다 금연 상담사가 1대1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각 직장과 협력해 금연펀드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참여와 함께 높은 성공률을 이끌어냈다. 만약 예전처럼 보건소에 금연 클리닉을 오픈하고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 주길 바랐다면 실패했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다양한 맞춤 프로그램을 들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도 예전에는 고객들이 방문해야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서비스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직접 고객을 방문해 사업설명회를 하고 있다. ‘찾아가는 서비스’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기획예산처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연구지원 기관 중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제는 고객들의 수준이 높아져 고객만족을 표면상의 원칙으로만 내세우고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고객의 신뢰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고객만족이라는 슬로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만족 경영의 실천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공 부문에서도 다양한 맞춤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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