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2003 (토요일)
도봉산역에서 출발(9:30) - 다락능선-포대능선 - 신선대- 우이암 - 방학동 (4:30)
전날의 많은 비에 이어 약한 보슬비는 4.19 때문인가? 이렇게 비 올 것 같은 날은 아예
생각을 안할텐데 지난번 비슬산이 너무 아쉬워 같이 가기로 했던 두 동료가
아침에 못가겠다는데도 집은 나섰다.
전날 계획은 의정부 안골에서 시작 사패산 정상에서 울대리의 원각사였는데, 리더가
기권하는 바람에, 전철속에서는 회룡골에서 오르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아는 길을
가는게 제일 좋다 싶어 다시 수정 내가 전에 가 봤던 도봉산역으로 최종 결정.
그래도 처음에는 구름이 없어 대부분 산자락의 연한 녹색과, 소나무의 진녹이 비를
머금어 더 깨끗하고 싱그러웠다. 아래는 철쭉도 벌써 피웠고, 조금 오르니 산벚도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다락능선은 내내 양옆으로 진달래다. 주연 진달래를 위해 모든 나무나 꽃은 자연
조연이나 엑스트라 역을 잘한다. 구름까지도 진달래를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진달래와 구름으로 나는 저절로 신선이 된 느낌.
물론 진달래 자체는 물을 머금어 쳐져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네가 달라는 거 다
줄테니 나 잡아봐라`` 하며 요염하게 놀려대는 한 아가씨(암술)와 이를 잡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뻗으며 경쟁하는 10여 명의 사내들(수술) 모습이 정말 못 봐줄
정도로 서로의 젊음을 구가하는데 비가 와서 흐물흐물 그런 느낌은 없다.
구름자욱한 능선에서 안간힘을 다해
우이암쪽으로 올라가다 갑자기 굴같은 바위가.... 운무때문에 부연함
전에 한번 간 경험을 살려 포대 능선을 탔는데 이런 날씨의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정말 무서웠다. 바위와 쇠밧줄이 미끄러워 다시 돌아 갈까 하다 겨우 넘었다.
신선대는 지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물이 바위에 있는 날은 안오르는게 좋다고 해서
그냥 우회해서 우이암쪽으로 향했다.
우이암으로 가는 주능선도 운무는 계속되고 진달래도 마찬가지다. 천상의
연홍 꽃밭에 노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하마트면 오봉으로 갈뻔했다. 한 참을 가는데 이정표가 좀이상하다
싶어 오는 분한테 물어보니 뒤로 다시 가란다. 오봉쪽으로 가고 있었다. 다른 한
부부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혼자 다니니까 이런일이...
여지껏 우이암을 암자(절)로 알고 있었는데 크고, 위협적인 바위덩어리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원통사로 하산하면서 알았지만 구름때문에 모르고 올 뻔했다.
내려 오다 옆을 보니 오징어처럼 생겼는데 머리부분은 구름속에 희미한데 엄청나게 높이
서 있어 고개만 들고서는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카메라는 대봐야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일 것 같아 아예 포기했다.
우이암옆으로 하산하면서 환한 진달래 한컷
원통사 또한 다른 절과는 달리 여러가지면에서 인상이 깊었으며 나의 관심을
꼭 붙들었다. 바위 속에 나한전, 이성계일화, 살림집같이 지붕이 나지막한 낙산사와
대비가 되는 원통보전, 한참 바위위에 있는 삼성각, 탱화로 모신 정면, 측면 한칸인
약사전. 현판도 퇴색되어 너무 수수해 보인다. 절묘하게 우이암과의 조화. 이런 곳에
관세음보살을 모시면 부자가 됐을 법한데 이해가 안간다.
요사채에서 한 보살님이 감, 사과, 배를 깍아 창 넘어로 나를 부른다. 좀 겸연쩍었다.
이런 재미있는 사찰은 돈내고 구경하거나 시주라도 해야하는데 과일까지 얻어
먹고 나왔으니...그 외에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게 많았다. 화사한 연등이
등산길에도 많은 걸 보면 초파일이 가까운가 보다.
웅장한 우이암 아래로 원통사가 천년 둥지를
원통사에서 만난 연노랑의 산괴불주머니.
연한 자주색의 현호색도 반갑게 맞아줘(사진 없음)
7시간동안 혼자라서 맘대로 부담없이 잘 다녔다. 포대능선 때문에 양팔이
굳어진 것 같다
사진은 찍는 것 부터 올리는 작업이 너무 힘들다. 오늘도 사진때문에 진이 다
빠지면서.... 하여튼 언제나 극복이 될지....
<채희묵 chaehmo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