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중국, 툭하면 일방 계약해지·SNS 차단… IT업계 차이나리스크 몸살

텐센트, 팜플 등과 계약후 노하우 빼내고 파기

카카오톡·라인 통제도 사실상 한국 모바일 견제

자국산업 보호 명분 '만리 방화벽' 갈수록 높여



#. 국내 모바일 게임사 '팜플'은 지난해 7월 중국 텐센트와 게임 '데빌메이커'에 대한 중국 진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텐센트로부터 돌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한창 게임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던 중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중견 게임사인 위메이드도 지난해 6월 모바일 게임 '달을 삼킨 늑대'의 중국 출시와 관련해 텐센트와 계약을 맺고 중국 내 비공개 테스트까지 끝마쳤지만 최근 텐센트가 계약을 중단시켰다. 계약 파기의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을 등에 업은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에 '슈퍼 갑(甲)'으로 통한다"며 "텐센트가 엄격한 현지화와 검증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 이면에는 중국 기업과 정부 등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국내 IT 기업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는 가운데 국내 IT 업계가 점점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본토는 국내 기업이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이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대표적 IT 기업과 정부가 자국 인터넷 산업 보호를 위해 진입관문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정부는 라인과 카카오의 중국 내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이른바 '만리 방화벽(Great Fire Wall)'을 우리 IT 기업에도 적용했다. 이에 대해 국내 IT 업계는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경고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커지는 IT 업계의 차이나 리스크=차이나 리스크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곳이 국내 게임 업계다. 특히 모바일 게임 업계는 중국 내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게임을 입점시키는 것을 '성공 방정식'으로 여기고 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중국 시장 진출 1번 전략은 위챗과 손을 잡는 것"이라며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 다른 중국 플랫폼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텐센트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텐센트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사례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텐센트의 폐쇄적인 운영방침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 증설, 게임 운영상 네트워크 기술 등 국내 게임사들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요구를 텐센트가 해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출시일조차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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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그 사이 국내 게임 개발사의 노하우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텐센트는 애니팡이나 윈드러너와 유사한 게임을 개발해 표절 논란까지 일었던 상황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의 이런 (표절 논란) 이력이 의혹을 증폭시킨다"며 "큰 성공을 바라고 중국 시장에 나가려다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다 뺏길'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게임 업계가 뚫기 어려운 관문에서 좌절한다면 모바일 메신저는 아예 불시에 쳐지는 방화벽에 가로막힐 위기에 놓여 있다.

◇SNS 중국 이용 차단, '경고 메시지 아니냐'=애플리케이션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의 한 번역 애플리케이션 업체는 중국에서 차단되는 경험을 겪었다. 세계 200여개 국가 이용자가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앱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차단한 것으로 중국 내 법인을 세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이면에는 중국 경쟁 기업의 견제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에서 카카오톡과 라인의 이용이 차단된 것은 이제 국내 업계도 트위터나 구글·페이스북같이 중국 내 서비스 차단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첫 사례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카카오톡·라인 차단은 현재 중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언론 통제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차단이 일주일 넘도록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번 차단이 최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견제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중국 내 카카오톡과 라인의 가입자 수가 많지 않지만 미리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현재 중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과 대만 등지에서 텐센트의 위챗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동남아 시장에서 라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위기감이 중국 본토에서 확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중국도 국내 모바일 메신저의 중국 진출에 대해 아예 신경을 끄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중국 내 서비스 차단을 보고 국내 IT 업체가 간접적인 학습을 했다지만 (이번 차단으로) 직접적으로 체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업계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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