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 프랑스

'그랑제콜'출신 우대는"특혜 아닌 보상"<br>"능력에 따른 차이는 불평등이 아니다" 인식<br>그랑제콜 졸업장은 "국가 리더그룹 신분증"<br>저성장·고실업에 두뇌 해외유출 점차 늘자<br>더 일하고 더 버는 '사르코노믹스'로 인재잡기




['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 프랑스 '그랑제콜' 출신 우대는 "특혜 아닌 보상""능력에 따른 차이는 불평등이 아니다" 인식그랑제콜 졸업장은 "국가 리더그룹 신분증"저성장·고실업에 두뇌 해외유출 점차 늘자더 일하고 더 버는 '사르코노믹스'로 인재잡기 루이그랑의 조엘 발라 교장 "그랑제콜(Grandes Ecoles) 출신에 대한 대우는 특혜가 아니라 능력에 따른 당연한 보상이다." 프랑스를 이끄는 인재들의 고향. 국립 행정대학교(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와 국립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erieure),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itechniq)로 대표되는 그랑제콜은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린다. 입학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지만 이곳을 졸업하면 신분보장이 확실하다. 서울경제 취재팀이 프랑스의 인재양성 노하우를 확인하기 위해 들렀던 프랑스 사회연구원의 마크 올리버 바룩 박사는 "프랑스는 그랑제콜 출신이 정부와 기업의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사회적 병폐라고 지적하지만 대다수 프랑스 국민들은 그랑제콜 출신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대우한다"고 말했다. '그랑제콜 출신'이라는 신분 하나만으로도 사회 전체가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국가 리더그룹의 신분증=파리 남쪽 팔레조에 위치한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X'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수학문제가 X라는 기호를 풀어야 하듯 에콜 폴리테크니크 출신들은 1794년 개교 이후 프랑스가 직면했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의 해답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장 데샤르 에콜 폴리테크니크 홍보담당 이사는 "프랑스 50대 기업 CEO의 절반 이상이 폴리테크니크 출신"이라며 "폴리테크니크 졸업생들이 정부 조직이나 각 기업체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탄탄한 전문지식과 현장감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이하게 이곳 입학생들은 7개월 동안 군대에서 지휘관 훈련을 받거나 사회공공단체ㆍ학교 등에서 일한다. 입학과 동시에 조직의 리더로 훈련되는 셈이다. 김철 LG전자 프랑스법인 부장은 "프랑스에 진출한 기업들은 일반 대졸 직원보다 많게는 2배 가까운 급여를 주면서도 그랑제콜 출신을 채용한다"며 "이들이 보여주는 기획력ㆍ판단력 등이 그만큼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인재 이탈 위기'에 놓였다=지난 6일(금) 저녁 즈음 취재팀이 찾아나선 파리 몽파르나스역. 이곳에는 영불 해협을 통해 런던에서 돌아오는 유로스타 편으로 말쑥한 차림새에 짐가방을 끌고 가는 비즈니스맨들이 북적였다. 택시를 기다리는 필리프 티에르(39ㆍ남)씨에게 '어디를 다녀오는 것이냐'고 묻자 "주중에는 런던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주말을 식구들과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인재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상당히 높은 프랑스도 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재 유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 엘리트인 에나르크(ENA 졸업생) 출신들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기업에 있는 인재들 상당수가 저성장ㆍ고실업에 발목이 묶인 파리를 벗어나 런던이나 브뤼셀로 몰려가고 있다. 소수의 엘리트를 육성하기 통해 '적재적소'의 효율성을 추구하던 프랑스가 덫에 빠진 모습이다. 프랑스 주간지 르푸앵은 최근호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2만6,000명의 학생이 다니는 파리4대학(소르본대)의 한해 예산은 8,600만유로인 데 비해 미국 프린스턴대는 6,677명의 학생을 위해 7억3,000만유로를 쓴다. 교육에 대한 투자부족이 인재부족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경제위기가 초래돼 그나마 있는 인재들마저도 해외로 빠져나간다. 한마디로 프랑스는 지금 위기의 순환고리에 빠졌다." ◇'평등한 프랑스는 잊어라'=프랑스는 '교육투자 부족→인재양성 미흡→경제침체→인재 해외 이탈'이라는 악순환 고리에 대해 어떤 해법을 준비하고 있는가. 신임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취임과 동시에 '더 일하고 더 벌자'는 '사르코노믹스(Sarkonomics)'를 천명했다. 골자는 정부 규제를 줄이고 기업과 개인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것. 주 35시간을 넘겨 번 소득은 세금을 면제해준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독려하겠다는 목적이다. 부자들의 세금도 줄이려고 한다. 부유세 도입 이후 해외로 탈출하는 인재들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 사르코지의 교육개혁법안은 '안될 놈은 자르고 될 놈은 팍팍 밀어준다'는 것이 골자다. 만만치 않은 반발로 내용물이 약해지고 있지만 '대학이 경쟁력을 회복해야 프랑스의 경쟁력이 회복된다'는 기본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자유와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도 인재확보를 위해서는 '평등' 개념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습이다. 재불시인인 손월언씨는 "인재 풀이 좁아지며 국가 경쟁력이 약화돼 저성장ㆍ고실업 위기에 처한 국민들이 사르코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문 공립고등학교 '루이그랑' 조엘 발라 교장 "공부만 잘하면 외국인도 선발"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다만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을 뿐입니다." 프랑스 명문 공립 고등학교인 루이그랑의 조엘 발라(사진) 교장은 "비록 선별을 하기는 하나 루이그랑에는 프랑스는 물론 해외의 인재들도 지원할 수 있다"며 '열린 학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프랑스의 교육원칙인 평등의 원칙을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루이그랑은 지난 1560년 설립된 공립 고등학교로 프랑스 인재 양성의 최고 엘리트 코스. 16세기 이후 프랑스의 유명 작가ㆍ정치인ㆍ대통령과 노벨상 수상자가 대부분 루이그랑 출신이다. 루이그랑이 주창하는 교육은 '가장 훌륭한 인재를 뽑아 신뢰와 자유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예술ㆍ문화ㆍ스포츠)을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 선발을 위해 지방은 물론 해외에도 교사들을 직접 파견한다. 다양한 장학금 혜택으로 경제적인 차이가 우수 학생 유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발라 교장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보고 뽑기 때문에 현직 장관이나 기업체 CEO의 자녀들도 불합격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의 사회적 위치나 자산 정도는 학생 선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재들의 고향 루이그랑에 진학하기 위해 프랑스에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발라 교장은 이에 대해 "과외나 학원 수업을 들었다고 해서 입학에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입학 후 낙제하지 않기 위한 사전준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학문을 잘 익히기 위한 노력이라는 답변이다. 그에게 '그랑제콜 같은 교육의 차이가 부의 불평등 구조를 만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발라 교장은 "그랑제콜 같은 대학도 루이그랑과 마찬가지로 기회의 평등이라는 원칙에 따라 인재를 선별할 뿐"이라고 답했다.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고등교육(대학) 개혁에 대해 발라 교장은 "변화가 아닌 발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프랑스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시스템"이라며 "시간이 바뀌어 학생 수가 늘고 요구사항도 많아지며 교육 시스템이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번 개혁이 국립대학과 그랑제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차이를 줄여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이그랑의 해외 인재 유치에 대해 발라 교장은 "각국의 프랑스문화원을 통해 특히 과학 분야에 특출한 인재를 초청, 영어ㆍ프랑스어ㆍ수학시험을 치러 입학자격을 부여한다"며 "아시아권에서는 오는 11월 중국의 우수 인재 500명 중 시험을 거쳐 합격한 학생들을 초청할 계획이고 한국에서도 중국과 같은 방법으로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루이그랑에는 2,000명의 전체 학생 중 1,000명이 그랑제콜 준비과정에 있고 그랑제콜 준비과정 중 145명이 외국인이다. 입력시간 : 2007/07/18 17:27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