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술 中企가 미래다] <2> 원료의약의 개척자 '에스텍파마'

특허 받기전부터 제네릭 통해 시장 선점<br>日대형 제약사 까다로운 눈높이도 무사 통과<br>매출 20% R&D 투자… 신기술 제품화 주력

에스텍파마의 연구소 인력들이 새로운 원료의약품 개발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에스텍파마는 매출의 5~10%를 R&D 에 투자, 연간 4~5종의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텍파마


김재철(51) 에스텍파마 사장은 지금도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며 연구에 매달린 끝에 살균치료제를 처음으로 국산 개발했던 순간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가 제약사 연구원시절부터 무려 13년에 걸쳐 쏟았던 땀과 노력은 값진 결실로 돌아왔다. 당시 원천기술을 앞세워 살균처리제시장을 휩쓸었던 독일 제약사는 김 사장의 도전에 결국 생산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현재 에스텍파마와 생산 파트너관계를 맺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네릭 원료의약품 개발업체인 에스텍파마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일찍부터 선진 제약업계에서 남다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제네릭이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 약효를 갖춘 의약품으로, 에스텍파마는 제네릭 약효의 주성분 원료를 개발해 제약사들에 공급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끝나기 7~8년 전부터 제품 개발에 돌입해 '퍼스트 제네릭'시장을 차근차근 선점해 나가는 한편 때로는 오리지널보다 효능이 뛰어난 제네릭을 탄생시킬 정도다. 특히 천식치료제, 위궤양치료제, MRI조영제 등 40여종의 제네릭 원료의약품은 국내는 물론 다이치산쿄, 에이자이 등 일본 대형 제약사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너끈히 넘어선다. 수출비중이 65%를 차지하는 에스텍파마는 해외 매출의 70%를 일본에서, 나머지를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보다 뼛속까지 뿌리박힌 김 사장의 기술개발 의지다. 대기업 제약사업부 연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김 사장이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도 독자적인 신기술을 제품화하기 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찾아 외국산 제품의 수입판매에만 급급했던 참담한 현실 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 사장은 "개발에 성공해도 사업화가 안돼 사장되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워 독립을 결심했다"며 "국내에 없는 기술 개발로 수입품을 대체하는 데 주력해 초기에는 얼마 되지 않는 매출의 15~20%까지도 과감히 R&D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100평 남짓한 군포의 임대공장에서 위궤양 치료제를 시작으로 시장 문을 두드린 에스텍파마의 출발은 녹록치 않았다. 자금은 턱없이 부족했고 외환위기 때는 거래은행이던 동남은행이 시설자금 대출을 내주기 이틀 전에 문을 닫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IMF 위기는 결과적으로 회사 성장의 기회가 됐다. 고환율로 국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기술력을 갖춘 에스텍파마 제품이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할 즈음, 기술보증기금이 주축이 된 2억5,000만원의 보증 지원은 오늘날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듬해인 2000년 에스텍파마는 경기도 안산에 1,000평 규모의 공장을 매입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지난 2008년에는 6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경기도 화성발안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화성공장은 미국 의약품 생산설비기준인 c-GMP 규격에 맞도록 건립, 해외시장 확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초창기 우여곡절을 딛고 에스텍파마를 고성장 기업으로 키워낸 김 사장은 "초기의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라며 "벤처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생존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스텍파마는 최근 비만치료제, MRI조영제 등의 개발을 마치고 또 한번의 힘찬 도약을 앞두고 있다. 매출도 올해 450억원에서 2~3년 후에는 1,000억원을 넘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이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무대로 주목하고 있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에스텍파마는 이미 중국 4대 제약사인 천진의약그룹과 현지 합작사를 설립하고 중국 완제품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원료의약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완제품, 나아가 유전자 치료제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제약업계에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하고 한국 제약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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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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