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인터뷰=김경영 라미환경미술 연구원 원장

“경관하면 흔히 외관만을 생각합니다. 경관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각 도시만의 역사성, 자연환경, 인간의 생활 등이 가장 적절하게 조화돼 그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게 경관계획의 기본입니다.” 20년 이상을 현장에서 도시경관 계획 업무를 하고 있는 라미환경미술 연구원 김경영 원장 은 경관계획을 단지 화려한 외관, 우뚝 솟은 빌딩, 도로변의 가로수 등으로만 생각하는 게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한다. 경관에 대한 기본 개념이 아직 수립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단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도시경관 계획은 동남아 국가보다 못하다”라며 “특히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도시의 서울 모방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 전북 군산ㆍ김제, 강원도 정선이 주는 느낌은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들의 도시 경관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주택구조와 외형, 회색중심의 진부한 도시색채가 도시별 특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경관을 활용하고 지방의 정체성을 살려 도시에 혼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청계천 복원, 북촌한옥 마을 지원을 비롯해 이촌 도자기 축제, 동해안 거리 조성 등을 실례로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보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도시의 혼을 살리는 게 아니라는 시각이다. 경기도 이촌이 도자기로 유명하다면 그것을 모티브로 하는 경관계획을 수립하는 등 이촌 지역만의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일색인 서울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한다. 김원장은 “아파트 공급위주의 정책이 외관을 고려치 않는 판상형 구조를 낳았다”며 “한강의 수려한 강 조망과 아름다운 구릉지의 능선을 살리는 아파트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자연과 조화된 색채가 없다는 것도 도시를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0년대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에 색채조경의 개념을 도입해 색채붐을 일으킨 김원장은 “최근 아파트의 색채가 회색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있지만 자연경관, 주변 건물과 조화된 색채를 선택한 아파트가 드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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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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