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 인해 디자인도 국제화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디자인은 여러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수용한 ‘혼성(hybrid) 문화’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 이탈리아 명품 디자인을 대표하는 동시에 ‘킹콩’ 등 만화 캐릭터를 창조해낸 세계적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56ㆍ사진)는 “디자인을 위한 예술은 변화하는 경제ㆍ사회에 맞춰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울시 디자인한마당 2010의 일환으로 지난주에 열린 ‘디자인서울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경제, 디자인을 통한 가치창출’을 주제로 연설했다. 지오반노니는 “경제 성장기였던 90년대 디자인은 풍부한 색채와 플라스틱 소재, 감각적인 표현이 폭발하던 시기였지만 2000년대 이후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소재는 전통적ㆍ친환경적인 것으로, 색상은 흑백 위주의 단순화, 실용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어느 나라에서건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의 국제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기술력 위주로 활약하던 HP나 델, 모토롤라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디자인의 힘을 절감하게 됐고 이를 대표하는 성공사례가 ‘애플’”이라며 “애플은 장기적인 비전 아래 전략,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의 각 부서가 동일한 목표를 갖고 준비한 데 비해 바쁘게 운영되는 한국 기업은 체계적인 리서치를 통해 장기 계획을 잡을 수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디자인은 제품 정체성에 대한 표현이자 사회와의 소통방식인 만큼 마케팅과 디자인 전략이 하나의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는 그는 “한국 기업은 성공적인 디자인을 위해 리서치(reserch)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오반노니는 또 “한국기업은 소재ㆍ옵션ㆍ가격 면에서 시장에 접근하려 하지만 그보다는 일년에 하나의 제품을 내놓더라도 ‘마켓킬러’의 명품이면 충분하다”며 “미래 시장은 기술과 가격 경쟁이 아니라 적게 생산하더라도 윤리적ㆍ친환경적으로 접근하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의 ‘킬러 상품’이 될 디자인의 본질로 지오반노니는 ‘애플리케이션’을 꼽았다. 사회와 소통하고 제품간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디자인은 외관을 예쁘게 꾸미는 포장이 아니라 제품의 정체성에 대한 표현력이고 생산자와 고객이 만나는 방식”이라는 그는 “생각을 바꾸면 혁신과 가치창출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