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비교되는 韓·美 부동산 정책

미국과 한국 경제의 현황과 전망을 언급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거시경제변수가 부동산이다. 미국은 지난 4~5년간 저금리를 이용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택수요가 급증했고 집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얻어진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견인하면서 미국 경제가 매년 3% 이상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주택경기 호조에 따른 건설 근로자와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관리 등 금융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한국 집값은 온 나라를 투기장으로 만들 만큼 급등했다.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27.5% 올랐고, 강남 지역은 30.8% 크게 올랐다. 산본 신도시는 50.8%나 급등했고, 과천시는 60% 앙등했다. 미국과 한국 양국이 이제는 부동산 ‘거품잡기’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해 경제에 미치는 파장과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정책수립과 해결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세련된 전문가’와 ‘어눌한 아마추어’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미국은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호떡집에 불난 듯’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특정지역 집값이 올랐다고 정부가 앞장서 ‘세금 폭탄’을 때리는 일을 하지 않을 뿐더러, 집권당인 공화당이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며 ‘감놔라 배놔라’ 큰 소리를 치지 않는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양한 선행ㆍ후행경기지표를 살펴보고 금융시장 동향을 지켜 본 뒤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하듯 신중하게 금리를 올려 시장충격을 흡수한다. 또 1차적인 주택담보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무리한 대출에 따른 리스크 대책을 보고하게 하거나, 대출 특별 프로그램에 대한 명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간접적인 압박을 통해 대출수위를 조절한다. 미국 집값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에 있고 앞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 국민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불신하거나 우왕좌왕 불안해 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미국 부동산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계획된 시간표대로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리저리 날뛰는 부동산을 잡겠다고 설익은 대책을 남발해 국민저항만 키우는 정부나, 검증되지도 않은 대책을 들이대며 정부와 갈등만 키우는 여당을 보고 있자니 과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까 의심스럽다. ‘미사여구의 향연’을 늘어놓으며 국민 불안만 가중시키는 한국 부동산 당국자들은 말보다는 ‘신중한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미국 부동산 당국자들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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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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