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위기의 나라살림] 선거마다 넘쳐나는 '공짜 복지'… 복지의무지출 연 8%이상 급증

영유아 무상복지 했더니 엄마취업률 되레 낮아져

혈세만 쓰고 정책은 실패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4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복지부의 보육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당시 0~2세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37.7%에 불과했다. 엄마의 취업률도 29.9%. 출산과 보육 탓에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아 무상보육을 실시한 2012년에는 엄마의 취업률이 달라졌을까. 결과는 딴판이었다.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62%까지 올라섰다. 엄마의 취업률은 27.6%. 무상보육 덕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경우는 늘었지만 엄마의 취업률은 되레 낮아졌다. 무상보육으로 엄마의 취업률이 낮아진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겠다는 정책적 목표는 실패한 채 국민 혈세만 쏟아부은 꼴이 된 셈이다.

영아 무상보육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나라 살림이 갈수록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 전적으로 재정 당국의 탓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 여력이 안 좋은 상황인데도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공짜 복지 공약을 남발한 정치권의 책임이 더 크다.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갈랐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무상보육이 이슈화했고 그해 12월 치러진 18대 대선 때는 기초연금과 반값 등록금 같은 무상시리즈가 선거판을 휘저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짜 복지' 간판이 선거에서 잘 먹힌다는 점이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보궐선거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거 무상복지 공약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지방교육지자체 모두를 석권한 것도 '무상버스'로 대표되는 이 같은 무상복지 공약의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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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지출은 일단 한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가 없는 속성이 있다. 더구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이해관계자가 반발하면 다른 복지 지출도 덩달아 늘게 마련이다. 지출을 결정하기까지 재정 사정과 지출 우선순위를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하는데도 정치권은 뒷감당을 정부에 맡긴 채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태도다.

이렇게 정치권이 대책 없이 도입한 무상복지 시리즈로 나라 살림은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69조8,000억원인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2018년 96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8.4%씩 늘게 된다. 연평균 2% 늘어나는 재량지출에 비하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정 수지가 악화되는 것으로 물론 세계 경기 불황 탓에 재정 당국의 역할이 가뜩이나 중요해진 상황인데 재정정책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치권에서 합의가 이뤄진 복지정책이더라도 독립적인 기구에서 중장기 재정계획에 반하면 도입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내년에 선거가 없는 올해 이런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향후 선거를 거치면서 재정 고갈 문제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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