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분당선 경영 위기 고조

코레일 파업 불똥에 정부 중재마저 실패

코레일 부채문제 부각으로 정부서 인수하기도 힘들어

빗나간 수요예측으로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신분당선이 정부의 마지막 중재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파산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신분당선 등에 따르면 기재부 산하 민간투자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신분당선과 국토교통부의 분쟁조정 회의가 최종 결렬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19일 열린 분쟁조정위에서 조정을 시도했지만 양측의 의견차이가 너무 커 조정이 불성립됐다"고 말했다. 조정불성립은 조정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지난 2011년 완공돼 올해로 운영 3년째에 접어든 신분당선은 수요예측 실패로 당초 예상했던 수익의 40%를 밑돌고 있다. 적어도 예상 수익의 50%를 넘겨야 정부의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같은 정부 보조를 받지 못하면서 신분당선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누적손실은 2012년 말 1,341억원에 달했고 외부 차입금은 7,400억원으로 한해 이자비용만도 428억원이나 될 정도로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분당선 측이 승객 수요조정을 통해 MRG 지원기준이라도 충족하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조정이 실패로 끝났다. 신분당선 측은 "환승으로 인한 승객유입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했던 성남~여주선 완공이 2012년께에서 오는 2015년 이후로 지연되면서 연간 3만명의 환승 승객이 줄었다"며 "정부의 개발계획을 토대로 수요를 예측한 만큼 이 부분을 당초 수요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신분당선의 경영악화를 잘 알고 있지만 수요 재조정을 허락해 주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다른 민자 사업자에 대해서도 수요 재조정을 받아줄 수밖에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양측간 접점 찾기가 어렵자 기재부 산하 민간투자분쟁조정위가 직접 수요 재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신분당선이 필요한 운영자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신분당선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당선 관계자는 “수요조정을 않고 운영자금을 대출해 준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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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신분당선의 운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자사업이다 보니 주주들이 더 이상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정부에 사업 해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선뜻 인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신분당선을 사들여야 하지만 철도공사(코레일)의 부채가 17조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신분당선을 또 다시 인수하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최근 종료된 철도파업 과정에서 코레일 부채가 부각되면서 정부도 적자노선인 신분당선을 인수할 경우 적잖은 논란이 예상돼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사업 해지 이외의 방법은 주주들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추가 출자를 하는 것이다. 신분당선 주주들은 두산건설 등 대부분 건설회사들인데, 부동산 경기침체로 경영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추가출자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한 한 주주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주들이 승객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출자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분당선 관계자는 “(정부 중재가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신분당선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업 해지를 하거나 손해가 나더라도 승객수요가 늘어날 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분당선 주주들은 빠르면 다음 주 실무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최대주주인 두산건설 등은 5~6월쯤이면 승객수요가 살아나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버텨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주들간에 이를 검증하기 위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어느 정도 해결 접점을 찾지 못하면 신분당선은 결국 파국열차로 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분당선은 두산건설이 29.0%로 최대주주이고 대림산업(9.7%), 대우건설(9.7%), 동부건설(4.8%), 포스코건설(4.8%)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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