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마라톤의 매력

원희룡 <국회의원>

필자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도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될 즈음이었다.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한 친한 선배의 권유가 큰 동기가 됐다. 만날 때마다 마라톤을 권하는 선배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속는 셈 치고 달려보기로 했다. 꽉 짜여진 하루의 일과를 든든하게 버텨줄 단단하고 튼튼한 육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 필자는 아직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마라톤 풀코스를 5번을 뛴 마라톤 애호가가 됐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52년 헬싱키올림픽의 마라톤 우승자인 체코슬로바키아의 육상선수 에밀 자토페크의 말처럼 나 또한 달릴 때 비로소 내가 하나의 생물체임을 느낀다. 빌딩 숲 속 사무실에 갇혀 지내는 이들에게 이 ‘생명의 경험’은 독특하고 각별하기만 하다. 달리다 보면 고통에 직면한다. 다리는 무거워지고 숨이 가빠진다. 점점 몸에서 고통의 시그널을 보내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한다. ‘과연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포기해버릴까.’ 하지만 언제나 대답은 같다. ‘조금만 더 참자. 여기서 포기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지금껏 잘 해오지 않았는가.’ 필자는 ‘우중족 족지관절 족지강직’이라는 발가락 기형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어린시절 리어카에 말려들어가 부러진 발가락을 붙이면서 접합수술이 잘못돼 발가락 아래 관절이 밖으로 나온 채 붙여진 것이다. 달릴 때면 기형이 된 발가락에 견디기 힘든 통증이 생긴다. 하지만 한 고비를 넘어서면 발가락의 고통은 점차 사라지고 몸의 감각들이 살아난다. 마라톤을 할 때면 내가 움직이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사실 마라톤을 하는 이들에게 몸의 불편함과 고통은 큰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달리는 이들의 첫 번째 고려 대상은 자신이 정한 목표를 꼭 달성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그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와 열정, 마라톤은 이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삶의 새로운 경험을 원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히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보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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