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관료 낙하산 인사 관행에 쐐기

대상 기관 이달 발표…공모제 실질화 의지<br>정치인등 '민간인 낙하산' 대책엔 소극적<br>'시스템 아닌 임명권자 의지로 시행' 한계

정부가 90여개 공공기관장을 민간 전문가로 선임하겠다고 밝힌 것은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관련 부처들이 산하 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인사 적체 해소 및 퇴직 관료들의 일자리 마련 차원에서 접근하는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것이어서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령 보완이나 시스템 개편이 아니라 전적으로 임명권자의 의지에 달린 탓에 한계는 여전하다. 주요 공공기관장에 정치인 등 ‘민간 낙하산’에 대한 대책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또 주요 공공기관의 임원 자리나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일부 공기업의 기관장 자리에는 여전히 관료들이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관행에 쐐기 의지=배국환 기획재정부 차관은 6일 브리핑에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민간 전문가를 앉히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최근 공기업 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잡음에 가이드라인을 준 만큼 실행력이 담보돼 있다는 것이다. 배 차관은 “현재도 법령에 공기업 CEO 공모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소속 기관의 관료가 사실상 내정된 상태에서 공모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공모제를 실질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90여개 주요 공공기관 가운데 20여개는 공모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머지 70개는 공모와 추천을 병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이 임원추천위원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무늬만 공모’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주무부처의 고위 관료 출신이나 여당에서 활동했던 정치인 등이 사전에 공공기관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밟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내려온 공공기관장은 해당기관 직원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고 이는 지나친 급여와 복지 비용 상승을 초래했다. 배 차관은 “앞으로 후보자가 정치적인 로비 등을 벌일 경우에는 불이익(탈락)을 주겠다”고도 했다. ◇공모제 활성화 기업 대상은=재정부는 우선 90여개 대상 공공기관을 이달 중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대상 기관의 기준은 크게 4가지다. 한국전력ㆍ주택공사ㆍ토지공사ㆍ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ㆍ사학연금 등 주요 공적연금 ▦우리은행ㆍ우리금융ㆍ기업은행 등 민간과 경쟁하는 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출연기관과 국립대학병원장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 등이다. 305개 공공기관 가운데 나머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런 원칙이 적용되는 공공기관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또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민간 전문가를 선임한다’는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큰 공공기관 기관장의 상당수는 민간 전문가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공공기관운영법이 적용되는 공기업 24개 가운데 올 들어 사표를 제출한 기업 CEO는 12명으로 이중 5명은 면직되고 1명은 반려됐다. 6명에 대한 사표 수리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며 12개 공기업 CEO는 아직 사표 제출은 하지 않은 상태다. 배 차관은 앞으로 공기업ㆍ공공기관장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그간 사업 실적 등을 검토해 선별적으로 반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낙하산은 못 막는다=배 차관은 이날 정치인은 민간인에 해당되느냐에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정치인 출신 중에도 전문가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관료가 사라진 낙하산 자리에 정치인으로 채울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청와대나 권력 측근과 가깝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기관장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실질적인 공모제로 정착될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임원추천위가 3~5배수를 선발한 뒤 임명권자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면 참여정부 때의 낙하산 논란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배 차관은 공모제 개선 방안이 제도 개선이 아닌 임명권자의 의지에 달렸다는 지적에 대해 “정말로 민간 전문가들의 선임할지 여부는 그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만 했다. 정부는 또 일단 공기업ㆍ공공기관 CEO에 대해서만 실질적인 공모제를 적용한 뒤 차후 이사나 감사 등 임원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배 차관은 “임원 인사에 대해서는 기관장과 같은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해 관료 배제나 완전 공모제 등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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