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7일] 가수요에 관한 불편한 진실

중소기업청은 얼마 전 새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향후 5년에 걸쳐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중기청이 내놓은 금리 인상의 변은 간단명료하다. 연간 3조원대 초반에서 정책자금이 집행되는데 신청규모는 항상 7조~8조원을 넘다 보니 일선 기업들의 자금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가수요를 명분으로 내세워 금리를 인상한 조치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가수요란 지금 당장 필요가 없으면서도 일어나는 예상수요, 실수요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나와 있다. 결국 시급하게 자금이 필요하지 않는 기업이 줄지어 정책자금을 신청하는 바람에 '가수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산업현장을 다녀보면 금고에 돈을 넣어둘 정도로 여유가 있는 중소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올해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가격 폭등이나 결제대금 지연 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시절보다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더 나빠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정부가 올해 내내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을 부르짖은 것도 이 같은 어려운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중소업계에서는 신청기업에 대한 심사과정만 좀더 까다롭게 하면 충분히 실수요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도 금리 전체를 올려 중소기업들의 이자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정책자금을 이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국 변변한 담보조차 없어 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영세기업이나 신생기업들이 주로 정책자금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책자금을 신청하는 기업들의 경영여건이나 절박함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모두를 싸잡아 가수요라고 이름 붙여 도매금으로 취급하는 당국의 인식은 많은 중소기업인들을 힘 빠지게 만든다. 다름 아닌 중소기업청이 그런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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