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수십년간의 전통을 깨고 금리 조정 등 정책 결정과정을 보다 자세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이에 따라 그동안 FRB의 정확한 속마음을 놓고 월가에 나돌았던 갖가지 분석이나 관측들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FRB는 앞으로 비공개 회의에 따른 비밀주의의 장막을 부분적으로 걷어내고 금리 결정회의에서 이루어진 세부적인 논의사항에 대한 공개범위를 한층 확대할 방침이다.
FRB는 또 과거와 달리 정책 회의가 끝난 직후 항상 위원들의 개인 의견이나 향후 금리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금융시장에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이나 인하중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여부를 투자자들이 최대한 판가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밖에 전문가들조차 혼란스럽게 만드는 복잡한 언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구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사항은 지난해말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됐다.
미국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내부 의견조정을 이유로 금리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려도 외부에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6주가 지나야 회의록을 공개, 투자자들의 궁금증만 불러 일으켰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이같은 정책 전환이 FRB가 기존의 폐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단계적으로 「열린 중앙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면서 크게 환영하고 있다. 미 의회의 코니 맥 경제위원장도 『새로운 조치가 일반 국민들이나 사업가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FRB는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은밀하게 금융시장에 개입해왔으며 94년부터 전술을 변경, 금리를 조정할 경우 이를 발표하긴 했지만 그 배경만 간략 하게 언급해왔다. 【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