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에서 24일(현지시간) 이슬람권 성지순례(하지) 기간 신도들이 몰려들면서 최소 717명이 압사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우디 국영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9시께 메카로부터 약 5㎞ 떨어진 미나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로 적어도 717명이 숨지고 80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사우디를 찾은 순례객들이 몰려든 미나의 204번과 223번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고 알자지라와 AFP통신이 전했다. 사고 목격자들은 순례객 수십만명이 이날 오전 메카에서 미나로 한꺼번에 이동하는 도중 도로 교차지점에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성지순례 행사 중 하나인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에 참가하려던 중 돌기둥을 맞히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려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대형 압사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사고로 인해 성지순례객 수십만명이 찾은 미나성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사우디 구조 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펼치는 동시에 순례객들이 사고지점을 피해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방글라데시·인도·말레이시아·이집트 등 메카로 성지순례를 많이 오는 국가들은 자국민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주사우디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따른 한국인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11일 사우디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증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강풍에 무너져 최소 107명이 사망하고 230여명이 부상당한 지 13일 만에 또 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우디는 연속으로 발생한 대형 악재로 인해 충격을 받는 동시에 순례객 20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을 알면서도 압사사고 예방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사고는 하지 기간 일어난 최악 압사사고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자칫 이슬람 성지순례에 대한 불안 심리와 함께 전 세계에 부정적 인식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제한된 공간에 수백만명이 한꺼번에 모이다 보니 사우디에서는 성지순례 때마다 이번과 같은 압사사고 등 각종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특히 성지순례 막바지 메카 인근 미나에서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이 대형 참사 현장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잦았다. 2006년 1월에도 메카 인근에서 하지의 하나인 '마귀 돌기둥'에 돌 던지는 의식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360여명이 숨졌다. 2004년에는 성지순례객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져 244명이 숨지는 폭력사태가 벌어졌으며 1990년에도 순례객 1,4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압사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성지순례는 이슬람교도가 지켜야 하는 다섯 가지 기둥(실천영역) 중 하나로 이슬람교도는 평생 한 번은 이를 수행하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여긴다. 성지순례는 메카의 카바 신전 가운데 있는 성석에 입을 맞춘 뒤 주위를 반시계방향으로 일곱 바퀴 도는 행사로 시작된다. 이후 메카를 떠나 미나 계곡으로 옮겨 텐트를 짓고 기도를 하면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튿날 정오 아라파트(에덴동산) 평원으로 옮겨 기도하면서 일몰을 맞이하고 무즈달리파에서 자갈 일곱 개를 주워 미나계곡으로 돌아와 마귀 또는 사탄을 의미하는 기둥에 이 자갈을 던지며 성지순례가 절정에 이른다. 하지가 마무리될 때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이드 알아드하(희생제)'를 치르며 이는 단식성월 라마단 종료 이후 이어지는 '이드 알피트르'와 함께 이슬람권의 2대 명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