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내 은행 외화채권 발행 비상

가산금리 크게 치솟아

국내 은행들의 외화채권 발행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ㆍ이탈리아는 물론 그리스 일부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은행채권 발행시장 자체가 닫히고 가산금리가 크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화채권 발행을 시도했던 국내의 시중은행들도 발행계획을 늦추고 있다. 더구나 국내 은행들은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연차적으로 외화채권 발행을 예정하고 있어 채권발행시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은행의 외화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무역ㆍ금융 등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외화대출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이에 따라 달러나 엔화 등 외화수요가 많은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금융계 따르면 신한은행은 만기 5년6개월에 5억~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려 했으나 아직 투자자들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시장이 안정된 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9월 중순 만기가 돌아온 4억달러어치 후순위채권의 차환 용도로 후순위채권(만기 5년6개월)을 발행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신한은행 자금담당자는 "지난주부터 워낙 민감한 이슈가 많이 터지면서 미국의 채권발행시장이 사실상 닫힌 상태"라며 "미국 기업의 채권 발행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발행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브로커들이 부르는 게 금리"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미국의 자금시장 움직임을 봐가면서 채권발행 일자를 조율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요구하는 금리가 너무 높아 발행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하나은행 이외에 여타 은행이 외화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높은 가산금리가 책정될 경우 여타 국내 은행의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순차적으로 외화채권 발행을 추진해 왔다. 국내 은행채권이 한꺼번에 발행할 경우 금리 등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도 "7월부터 시차를 두고 은행들이 외화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면서 "10월 중순까지 국내은행들의 외화채권 발행 일정이 계략적이나마 잡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기가 장기화되고 상황이 더 악화됐을 때다.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을 은행들은 추가발행을 통해 갚고 있는 실정인데, 외화채권 발행 시장이 현재의 상황처럼 사실상 닫혀있다면 자금의 미스매칭으로 인해 2008년 리먼사태 때와 같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 담당 부행장은 "신한ㆍ하나은행에 이어 조만간 외환ㆍ국민은행도 외화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차질을 빚을 경우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 외화 대출 중단…달러 비축 총력전= 달러 빌리기가 힘들어지면서 은행들의 외화 비축 작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빌려 오는 것 뿐만 아니라, 달러가 나가는 것도 최대한 막겠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실수요에 필요한 달러 물량을 제외하고는 외화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무역 금융 등 단기적으로 필요한 수요 자금을 제외하고는 외화 대출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도 "엔화 대출은 이미 중단한 상황"이라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외화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개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달러나 엔화를 빌렸던 사람들은 환율 급등에다 은행들까지 외화 대출 창구를 봉쇄하면서 비상이 걸리게 됐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출입 관련 대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외화 차입 비상 상황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달러 차입 비상 상황이 국내 은행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기업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이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달러 상황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다= 은행들이 이처럼 달러 차입 총 동원령을 내린 것은 생각보다 창고 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탓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외화유동성의 수치만을 놓고 보면 당분간은 위기를 버틸 정도는 된다. 은행 자체의 외화유동성 비율은100%를 넘어 관리수준인 85%를 훨씬 웃돈다. 위기 때마다 외화부족을 증폭시켰던 은행권의 단기 외화차입 비중은 27.8%로 지난 2008년 말(50.1%)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다 우리, 신한, 하나, 국민은행 등 4대 은행이 확보한 커미티드 라인(마이너스통장 성격의 단기 외화차입)만 해도 24억 달러에 달한다. 그렇지만 당국이나 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은행의 외환담당 고위 관계자는 25일 "단기차입의 만기 연장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고 외화채권 발행금리도 크게 뛰고 있다"면서 "유럽의 위기가 더 깊어지면 국내 은행이 버틸 재간은 없다"고 말했다. 외화 수치도 뒤집어보면 맹점이 많다. 무엇보다 지난 8월 말 16개 국내은행의 외화 단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이 157.4%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당장의 외화유동성에는 여유가 있지만, 역으로 단기차입 차환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도리어 악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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