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사눈치보기

며칠 전 한국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부부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부부는 맞벌이를 한다. 아내는 프리랜서며, 남편은 국내 대기업에 다닌다. 어려서부터 서구에서 교육을 받고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아내와 한국에서 계속 살면서 한국식 교육을 받고 대기업에 10년째 근무해온 남편은, 아직도 가끔 한국의 직장문화와 관련된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내는 남편이 바쁘지도 않으면서 상사가 퇴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늦게 퇴근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또 상사가 술자리 동석을 원하면 `No`라고 못하고 이끌려 가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요즘 세대는 당당하다는데 왜 당신만 그러느냐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원할 때 휴가를 가지 못하는 남편 회사에 대해 섭섭함도 있다. 또 아내는 자동차를 살 때 고급차를 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편은 앞으로 10년은 2,000cc 급 이상은 못 바꾼다고 했다. 남편 회사의 이사가 그 정도 수준의 차를 회사에서 제공받으므로 그 이상의 차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남편은 현재 외주업체들과 관련이 있는 자리에 근무하고 있는데 고급차를 타면 이상한 눈으로 본다는 것이다. 아내는 우리가 열심히 맞벌이해서 우리 돈으로 사서 타는데 왜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냐는 것이고 남편은 현재 직장에서 무리없이 계속 직장생활하려면 그런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서로 엇갈린 주장이 가끔 부부싸움으로 발전하는 모양이었다. 지난 몇 년새 한국은 많이 변했다. 문화도 많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시장도 개방되고 다국적기업들도 많이 들어왔다. 직장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더 자율적이고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때다. 상사들은 과거 신입사원 시절에 자기 상사들의 눈치보고 살았고 표현도 마음대로 못했고 일년 내내 휴가도 마음대로 못쓰고 살았던 기억으로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사가 빨리 바뀌는 조직이 더 유연하고 그런 조직이 더 강하다. 예를 들어 야근시 아래 팀원에게 업무가 있으면 해야 하지만 단순히 윗사람 때문에 야근할 필요는 없다고 알리자. 물론 업무상 야근이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접대할 혹은 받을 일이 있을 때도 필요하면 동석하지만 단순히 습관에 의해 동석을 강요하지 말자. 젊은 부하 직원들이 휴가를 통해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할 수 있도록–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본인들이 원할 때 휴가를 보내자. 그리고 상사보다 더 좋은 차타고 멋지게 살 수 있도록 변해보자. <미셸 깡뻬아뉘(알리안츠생명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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