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대우·LG·SK 등 5대그룹은 지난해 12월17일 채권은행들과 각각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5대그룹은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현대 199.7%, 삼성 184%, 대우 196%, LG 199.8%, SK 199.7%로 감축하고 2000년말까지는 최저 158%수준까지 끌어내리기로 했다. 계열사수도 2000년까지 현대가 63개에서 32개, 삼성이 65개에서 40개, 대우는 41개에서 10개, LG는 53개에서 32개, SK는 49개에서 22개 등 현재 271개에서 136개로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계열사 및 자산매각과 지분참여 형식으로 2000년까지 모두 25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주식발행 등을 통해 45조원의 자본을 확충키로 했다.
대기업들은 앞으로 선단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업종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투명성을 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채권은행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근거로 5대그룹의 구조개혁이 미흡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잇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5대그룹에 대해 채권단이 언제든지 메스를 들이댈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룹이 신규투자할 때는 반드시 채권단과 일일이 상의해야 하고 해외현지법인을 포함한 모든 계열회사의 재무제표를 채권단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담긴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채권단이 여신중단 및 회수 등 금융제재까지 가하게 된다.
남은 과제는 채권단의 철저한 이행감시다. 과거 재벌들의 관행에 비춰 당장은 정부의 강압에 못이겨 마지못해 구조조정약속을 했지만 상황이 변하면 오리발을 내밀 여지기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구조조정방안이 단골메뉴로 등장했지만 제대로 이행된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약정은 사후관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과거 정부주도의 구조조정과 차이가 있다.
한편 5대그룹 채권은행들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제출한 5대그룹중에서 대우와 SK에 대해 미흡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수정안을 제출토록 했다.
채권단의 평가결과 이들 그룹의 분기별 이행계획이 대부분 하반기에 집중돼 있는데다 증자계획이 계열사의 지원을 받는 상호출자형식이어서 외부 자금유입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또 강봉균(康奉均)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조찬회에서 『지난해 대기업 구조개혁은 다른 분야에 비해 부진했다』고 지적하고 『올해 5대그룹의 구조개혁은 한국경제 구조개혁의 성패가 달린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몰아붙였다.
국민의 정부 원년인 98년은 구조조정의 틀을 짜는 1년이었으며 올해는 구조조정을 실천하는 해가 될 것이며 여기에 우리경제의 앞날이 달려 있다.【연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