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하도급사 동반 부도 부메랑… 독이 된 약

●외상매출채권에 유탄 맞는 기업<br>지원제도가 자금운용 족쇄<br>법정관리 신청 6개 건설사<br>하도급 업체 1198곳 달해


어음제도의 후진적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01년 내놓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약속어음을 대체하면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 부도가 늘면서 외담대를 이용했던 하도급사가 동반 부도로 이어지고 있어 도리어 족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나온 제도가 도리어 자금 운용을 가로막는 독이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외담대는 구매기업(원도급사)이 외상대금을 전자채권 등의 형태로 발행하면 판매기업(하도급사)은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건설회사의 하도급사는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16일 "건설경기 침체 탓에 다른 업종과 달리 은행에 상환청구권이 있는 외담대를 주로 이용해 왔는데 그것이 최근 족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점 많은 외담대…빠른 속도로 성장=외담대는 하도급사가 거래은행으로부터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공사대금을 우선 대출받고 만기일에 원도급사가 대출금을 상환하는 결제방식이다. 하도급사는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공사대금을 조기에 현금으로 확보하고 대출만기일에 원도급사가 대출금을 상환하므로 양쪽 모두 유동자금 확보에 유리하다. 원도급사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를 결정하므로 금리도 낮다.

때문에 한국은행도 외담대를 장려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제도를 통해 은행들에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대출실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은행의 외담대 매출은 2009년 말 2조5,000억원대에서 지난해 말 3조7,000억원가량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1조7,205억원에서 3조7,690억원으로, 신한은행도 2조6,062억원에서 3조2,950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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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약속어음의 하루 평균 교환금액은 2009년 23조8,74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4조6,790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만큼 어음을 이용한 결제대금의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원도급사 부도 때는 하도급사에 족쇄=문제는 외담대의 구성상 원도급사가 공사비를 만기일에 결제하지 않을 경우 문제를 낳는다는 점. 원도급사는 은행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더라도 신용 불이익만 조금 겪을 뿐 부도 처리되지 않지만 하도급사는 은행으로부터 대출 상환을 요구 받는다. 하도급사가 대출자이다 보니 연체료와 대출금 상환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중견건설회의 연쇄 부도가 이어지면서 하도급사는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원도급사가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과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발생한 부실경영 책임을 전가하면서 하도급사의 동반 부실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회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부도가 이어지면서 외담대의 상환 책임 탓에 연쇄부도로 이어지는 하청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건설 등 6개 업체와 거래한 하도급사는 1,198곳이고 계약금액도 모두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개별 하도급사가 보유한 채권 중 30~40%가량이 외담대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도급사의 피해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건설업계는 은행이 하도급사에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상환청구권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대출금 미결제의 1차적 책임은 약정을 체결한 원도급사와 은행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외담대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담대는 원도급사의 신용도에 의존해 저리로 대출받는 상품으로 은행 입장에서도 상환청구권 등 리스크 보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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