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택배업이 시작된 시기는 지난 1991년 12월. 한진택배가 첫 사업인가를 획득하면서부터다. 미국·유럽(1960년대)과 일본(1970년대)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국내 택배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현재 시장 규모는 4조원대. 하지만 크고 작은 법인들에다 개인사업자까지 난립하면서 이미 펄펄 끓는 레드오션이 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종사자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열흘 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교통물가 조사를 보면 택배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해지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2004년~2013년 10년간 교통물가가 37.7%나 올랐는데 유일하게 택배 이용료만 뒷걸음쳤다. 2010년 물가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택배 이용료가 115.4에서 105.2로 떨어진 것.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벌인 탓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택배 기사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일 듯하다. 실제로 요즘 택배비 2,500원 중 기사들 몫의 수수료는 800원 남짓. 1,000원을 웃돌다가 매년 감소 추세다. 특히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택배 기사는 주유비·식대까지 부담해야 해 손에 쥐는 돈은 턱없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일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을 막아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지상에서 노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든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택배물을 손수레에 싣거나 직접 들고 배달하고 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니 힘이 배로 들고 분쟁의 소지도 늘어만 간다.
급기야 택배사에서 해당 아파트에 배송되는 물건을 반송 조치하면서 감정싸움이 격해지는 모양이다. 한 업체의 반송 안내문에는 '택배 기사는 노예가 아닙니다'라는 문구까지 들어 있다. 속도 제한, 수령지 설치 등 타협점을 찾아 갈등이 더 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더라도 박봉에 묵묵히 '행복'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의 입장을 한번 돌아봤으면 싶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