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9월13일] <1190> CA호 침몰


1857년 9월12일 토요일 오후8시, 태풍 허리케인이 미국 선박 센트럴아메리카호(Central America)호를 끝내 삼켰다. 태풍을 만난 것은 하루 전. 시속 165㎞의 강풍에 길이 85m, 2,141톤짜리 CA의 돛대가 부러지고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외륜마저 작동을 멈췄다. 파도에 떠다니던 CA호는 결국 가라앉고 말았다. 캐롤라이나로부터 260㎞ 떨어진 카리브해에 CA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은 미국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로서는 최신 선박이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금을 잔뜩 싣고 있었기 때문이다. CA호가 실었던 화물은 약 14톤의 금괴와 금화.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에서 한몫을 잡았던 투자자와 광부를 비롯한 승객 477명(선원은 101명)의 금의환향의 꿈도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육로 대신 선박편을 택한 것은 도로도 철도도 전혀 없었던 탓. 서부에서 파나마를 경유해 동부로 향하는 게 최단 이동수단이었던 당시 CA호는 침몰 항해 직전까지 모두 43차례나 파나마~뉴욕 항로를 오갔지만 태풍 앞에서는 무력했다. 문제는 지구촌이 동시에 경험한 최초의 경기침체라는 1857년 대공황에 대응할 자금이 사라졌다는 점. 미국 경제는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사람들은 CA호의 금을 찾으려 애썼지만 침몰 만 130년이 지난 뒤 해양기술자 톰슨이 심해 로봇을 활용해 일부(1억5,000만달러)를 건져냈다. 톰슨은 보험사 간 법정다툼 끝에 97%에 대한 권리를 인정 받았다. 578명의 인명은 어떻게 됐을까. 153명이 구조됐을 뿐이다. 침몰 순간 뛰어내린 승객 중에는 금이 잔뜩 든 가방을 포기하지 못해 금과 함께 바다 깊숙이 가라앉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인간이 금을 소유했을까. 아니면 금이 인간을 소유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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