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위기를 기회로

새삼 느끼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력은 대단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정전소식에 애플의 눈과 귀가 기흥으로 향했고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하이닉스ㆍ도시바 등 경쟁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였다. 다행히 정전사고는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되며 피해규모도 400억원에 그쳤다. 지난 2000년 대만 지진의 예를 들며 최소 복구기간이 1달 이상 걸릴 것이고 피해규모도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애널리스트들은 또 한번 삼성전자의 힘에 경탄했다. 정전사고의 원인이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밝혀지며 ‘관리의 삼성이 어쩌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때마침 반도체 수익성 악화에 계열사 구조조정, 임원인사까지 겹치며 뒤숭숭한 삼성에 카운터펀치가 된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한 그물도 구멍은 있기 마련. 관리가 아무리 타이트해도 사람이 하는 일에는 헛점이 있다. 실수에 얼마나 잘 대처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지가 관건이지 실수 자체는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경쟁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실수를 언제든 파고 들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불 난 집에 부채질’일지 모르지만 지난 달 기자가 만난 에릭슨 기술담당임원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삼성전자, 대단한 기업이죠. 물건 만들고 파는데는”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2001년 에릭슨은 반도체 펩을 매각했다. 반도체가 더 이상 고부가가치 제품이 아니라는 것. 200mm에서 300mm로 웨이퍼를 늘리고 70나노에서 50나노로 공정을 개선한다해도 중국과 인도가 제대로 설비만 갖춘다면 언제든 싼 값에 반도체를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텔ㆍ퀼컴이 정전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전세계 IT업체들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경제에 엄청난 부를 창출하지만 한시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은 가속도를 붙여 다가오고 있다. 창조경영으로 거듭나는 삼성. 창조경영의 본질은 남들이 하지 않는, 남들과 다른,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또 한번의 신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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