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문제는 한물 간 낡은 이슈다. 지난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부유세 도입 발언 이후 국내 정치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됐다가 연말 38%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면서 매듭이 지어진 사안이다. 김 본부장의 발언이 국가적 과제인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자는 취지에서 나왔지만 시내착오적이고 철 지난 문제를 불쑥 제기한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것 자체부터 이율배반이다. 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부유세 신설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그는 "통일세와 보육세도 신설하고 몸에 나쁜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술을 먹는 사람에게도 목적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정동영 당시 민주당 의원이 부유세 도입을 거론하자 "전 정권의 세금폭탄 악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던 데 비쳐보면 진정성마저 의심된다.
부유세는 민주통합당 대선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 위원장의 말마따나 서민에게 후련한 느낌을 주지만 좋은 세금은 못 된다. 정당한 노력으로 챙긴 소득에 과다한 세금을 부과한다면 조세저항은 물론이고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뿐이다. 창업과 투자도 줄어들고 해외 자본도피까지 일어날 우려가 크다. 독일이나 스웨덴ㆍ핀란드 같은 유럽 선진국들이 부유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는 것은 이런 연유다.
김 본부장의 부유세 도입론은 새누리당의 정책방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과거와 다른 견해를 밝혔는지 알 길은 없으나 여권의 대선 실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인물이 시대착오적 세금이나 신설하자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아무리 개인적 견해라고 해도 여당 대선캠프의 책임 있는 인사가 이런 식이라면 새누리당의 정체성이 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부유세는 좌파정당의 단골 공약이지만 지금은 민주당조차 고개를 흔든다. 가뜩이나 경제민주화와 무상복지를 전면에 내걸어 정체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게 새누리당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