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지주·은행·증권 직책 동시에… '슈퍼임원'이 뜬다

칸막이 없애 시너지 극대화

금융권 겸직 바람 거세져

이동환 신한은행 부행장

임영진 신한은행 부행장

김희석 농협금융 상무

● 이동환 신한은행 부행장

CIB 사업부 이끌며 3가지 겸직… 금융투자 부사장 겸임도 추진


● 임영진 신한은행 부행장

금융투자 비상임이사·지주 부사장…PWM 지휘부 일원화 조직충돌 방지

● 김희석 농협금융 상무

자산운용 총괄 CIO에 선임… 지주 생명 임원도 함께 맡아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신년 간담회에서 "전문 인력 영입을 통해 자산운용의 명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참석자들의 눈은 한 인물에 쏠렸다. 바로 농협금융의 투자전략 컨트롤타워를 이끌게 된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김희석 농협금융 상무다. 임 회장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자산운용 부문을 총괄하는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도입, 한화생명 출신인 김 상무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상무는 지주와 농협생명의 임원을 겸하며 범농협의 200조원대 자산운용을 주무른다. 보수적이고 공채 파워가 강한 농협 문화에서는 보기 드문 인사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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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주사와 계열사 임원을 겸하며 다양한 직책을 동시에 소화하는 '슈퍼임원'이 금융계 임원 체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금융지주회사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을 통해 임원 겸직의 칸막이를 상당수 허물었다. 이에 따라 임원 겸직을 통해 지주사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이들 슈퍼임원은 지주 회장의 '복심'이 돼 각 금융 지주가 차세대 먹거리로 꼽은 핵심사업을 담당한다.

임원 겸직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표사례로는 신한금융이 꼽힌다. 현재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임영진 개인자산관리(PWM) 부문 부행장은 신한금융투자 비상임이사와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겸한다. PWM의 지휘부가 일원화되면 계열사 간 조직문화 충돌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신한의 PWM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기업투자금융(CIB)을 담당하는 이동환 부행장 또한 임 부행장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직책을 겸한다. 이들 두 부행장은 매주 있는 은행장 주재 회의는 물론,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신한금융 임원 회의에도 참가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들의 활약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이 지주사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임 부행장과 이 부행장이 각각 신한금투 부사장을 겸임하도록 하는 등 두 회사 간 '칸막이'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임 부행장과 이 부행장은 각각 PWM 사업부와 CIB 사업부를 이끌고 있지만 신한금투의 비상임이사이기 때문에 인사권이나 직원 평가 등에서 제약이 있었다. 또 이전에는 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기획관리부를 별도로 둬야 해 비효율이 발생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통합 관리 체계가 갖춰져 보다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 PWM 사업부의 경우 칸막이 제거 작업이 완료되면 고객대상의 상품 판매뿐 아니라 환매 시점까지 추천해주는 '토털 서비스'를 비롯, 보험 상품 판매까지 검토 중이다.

지난달 농협금융 CIO 자리에 오른 김 상무는 외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김 상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대체투자실장,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 등을 거친 투자 부문의 전문가다.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자산운용사 등 농협금융 산하의 자산운용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며 임 회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하나금융 또한 하나은행 임원이 하나대투증권 임원을 겸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지만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이 이뤄진 후 본격 추진될 예정이라 슈퍼임원 탄생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 회장이 은행장까지 겸하는 윤종규 회장의 KB금융은 임원진 운용에서만큼은 다른 색깔을 띠고 있다. KB금융은 한 명의 임원에게 여러 직책을 주기보다 지주사 산하의 임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각 현안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을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임직원들 간 경영방침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다. 위원회 중심의 시너지 창출 방안은 윤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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