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의 「붉은 악마」/조양래 현대자동차써비스사장(로터리)

사실 처음에는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어느 외국인이 우리를 깎아내리고 헐뜯기 위해 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 악마, 그것도 붉은 악마라니.하지만 그들의 경기모습을 보고 그들이 진정 붉은 악마라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국에서 조금도 굴함없이 선전하는 그들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대견한 천사였지만 상대편의 선수 및 응원단들에게는 악마였다. 우리 응원단을 지칭하던 붉은 악마라는 말이 어쩌면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들은 우리에게 사는 맛을 느끼게 했다. 이국의 하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붉은 악마들이 그렇고, 야구의 최선진국이라 하는 미국의 다이아몬드를 열네번씩이나 들끓게 한 박찬호가 또 그러하며 왠지 우리하고는 깔끔한 감정이 되지 않는 일본 열도를 조그만 야구공 하나로 경악케 한 선동렬이 그렇다. 그러나 스포츠뿐만 아니라 지나간 우리의 경제사에도 붉은 악마의 전설은 분명 있었다. 70년대 열사의 나라에서 전해오던 외화획득의 낭보, 경제발전을 국가 제1의 목표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 살아보자」며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던 불과 20여년 전 우리의 모습은 바로 오늘날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붉은 악마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 결과 한국은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세계의 열강들과 어깨를 겨룰만한 무서운 나라로 도약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기 종료 5분 전 마지막으로 밀어붙이는 뒷심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그만 과소비와 이기주의, 그리고 생산성 약화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치욕스런 국제사회의 지적과 함께 그만 제자리에 서야 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붉은 악마도 한때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골 결정력 부족으로 패배의 쓴잔을 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감독의 과학적인 전략과 피나는 노력으로 그동안의 모든 우려와 지적을 충분히 뛰어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필자는 우리의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지난날 경제에서 붉은 악마의 주역으로 열심히 땀흘리던 필자로서는 이것이 진정한 우리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오늘은 우리 민족이 저력있고 가능성 있는 민족이라는 것은 말해주는 것이며 이것은 곧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도 결정적인 골문처리로 지금의 난국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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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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