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는 예고된 사고였다. 건설 허가과정, 부실 공사, 현장 안내요원은 물론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솔 교사의 안이한 자세 등 모두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조리와 안전불감증의 합작품이었다.사고는 미리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원자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자력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3단계의 철학을 적용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통제와 안전 점검을 통해 안전성 유지에 힘쓰고 있다.
1단계 철학은 발전소를 설계할 때 설계자가 고려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사고 시나리오를 발굴하여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설계는 결코 쉽지 않다. 발전소 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따라서 설계 과정을 서로 엄밀하게 평가하고 검증하여 가능한 시나리오가 다 포함되도록 노력한다.
2단계 철학은 사고는 항상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상냉각장치를 설치하여 냉각수 부족에 대비한다든지, 비상 전원을 갖추어 만에 하나 발전소의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다른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3단계 철학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궁극적으로 인간과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곧, 최악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방사성물질이 발전소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사고의 결과가 발전소 안에서 다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원자로 겉에는 방사성물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1M 정도로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 격납 건물이 둘러 싸고 있다.
격납 건물이 없는 체르노빌 원전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지만, 79년 발생한 미국 TMI 원전사고는 격납건물이 방사능을 차단시켜 주변 환경이나 인체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해 준다.
그렇지만 안전설계가 아무리 잘 되어 있더라도 운전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소홀히 한다면 소용이 없다. 사실 설계가 잘못되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원전 운전요원은 무엇보다 기기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설계자가 정한 규칙을 잘 지켜야 하며, 최적 운전에 필요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안전은 안전설비 외에도 기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항상 주의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잠시라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9월 10일을 원자력 안전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 행사를 갖는 것도 원자력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종사자의 안전의식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김장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