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KB 회장으로서 앞으로 KB 조직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혔다. 윤 회장은 "첫째로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이뤄야 하고 두번 째는 그간 불편을 끼쳐 온만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절차탁마의 과정을 통해 KB의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그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KB가 결국 윤 회장을 선택한 것은 조직 내부를 빠르게 안정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윤 회장은 KB에서 7년여를 근무했으며 4명의 후보 가운데 KB 내부에서 가장 신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 회장은 단순히 내부 신망이 높은 것 뿐 아니라 삼일회계법인, 김앤장 등을 거치며 상당한 내공을 쌓은 인물로 평가된다. KB 조직의 문제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KB의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LIG손보 인수를 앞두고 있는 KB가 윤 회장 취임 이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윤 회장에게 당면한 가장 큰 숙제는 어지러운 KB 내부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KB 내부에서는 1채널(국민은행)과 2채널(주택은행)이 갈라지고 현직과 OB(올드보이)들이 서로를 경계하는 등 치열한 내부 갈등을 빚어왔다.
새로운 회장이 올 때마다 학벌 또는 채널에 따라 물갈이가 되는 인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KB 내부는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KB 조직을 잘 알고 있는 윤 내정자는 이 같은 갈등 구도를 수습하고 조직의 '화학적 통합'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KB 내부 출신으로 평가 받는 윤 회장이 선임된 만큼 통합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전임 회장이 무리하게 권력 독점 구도를 구축하려다 부작용을 빚은 만큼 지주사 사장을 부활시키거나 은행장을 통해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주 회장이 확실한 인사권은 쥐되 KB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사내 이사들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교수 출신 9명의 사외이사와 1명의 지주 회장으로 구성되는 KB지주 이사회는 너무나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지주와 은행 이사회의 개편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은행장과 대립하고 분란을 초래했던 은행 이사회에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는 'LIG 손해보험 인수' 이슈를 풀어내는 것도 그룹 차원의 중대 과제다. KB는 LIG손보가 있어야 진정한 지주회사의 면모를 꾀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실추된 KB의 명예를 회복하고 하루빨리 정상화되는데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